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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학교 학생들 만난 김종주 변호사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다문화 대안 초등학교인 지구촌학교를 후원해온 김종주 변호사가 31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지구촌학생 학생들과 만났다. 김 변호사는 지난 50개월 동안 매달 200만 원 씩 총 1억 원을 지구촌학교에 기부했다. 이날 학생들은 김 변호사에 꽃다발과 고마움을 담은 편지 묶음을 전달했다. 2015.3.31 okko@yna.co.kr |
<사람들> 11년째 이주민 돕는 김종주 변호사
지구촌학교에 50개월간 1억 원 후원…무료 법률 상담도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실에 앳된 얼굴의 초등학생들이 찾아왔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다문화 대안 초등학교인 지구촌학교의 학생들이었다.
머뭇거리며 사무실에 들어선 8명의 아이는 김종주 변호사(42·법무법인 동우)를 보자 수줍은 미소와 함께 꽃다발을 건넸다. 고마움을 담은 편지 묶음도 함께였다.
아이들은 이날 김 변호사를 처음 봤지만 그의 이름은 이미 익숙하다. 1학년 교실에 김 변호사의 이름을 새긴 동판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오랜 후원자인 김 변호사를 위해 마련한 작은 선물이었다.
김종주 변호사는 지난 2월까지 50개월 동안 매달 200만 원씩을 지구촌학교에 기부했다. 이렇게 해서 모인 돈은 1억 원에 달한다.
환한 미소로 아이들을 맞은 김 변호사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썼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소감을 털어놓았다.
김 변호사는 단순한 후원을 떠나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동포 등 이주민을 위해 직접 발로 뛰어왔다.
지구촌학교를 운영하는 이주민지원단체 지구촌사랑나눔의 이사로 일하며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무료 법률 상담을 해온 지가 수년째.
김 변호사가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품기 시작한 건 사법연수원 2년차이던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실무교육 기관을 찾던 김 변호사는 대형 로펌과 같은 쟁쟁한 기관을 선호하던 대부분의 연수생과 달리 홀로 지구촌사랑나눔을 실습기관으로 택했다.
"예전부터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구촌사랑나눔을 보니 여기가 정말 힘든 곳이구나 싶었죠. 당시 국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체계가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굉장히 열악한 상황에 있었거든요. 이분들이야말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달 동안 지구촌사랑나눔에서 하루에 수십 건씩 밀려드는 임금체불·산업재해·폭력 문제 등을 상담하며 그는 이주민의 고된 현실에 눈을 떴다.
인연은 변호사 개업 후로도 이어졌다. 무료 법률 상담을 하며 외국인 노동자 관련 소송을 맡았다.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숨져간 노동자들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2011년에는 중국동포들을 위해 헌법소원을 대리했다. 당시 체류 기한에 사실상 제한이 없는 일본이나 미국의 재외동포와 달리 중국과 구 소련의 동포들은 방문취업제에 따라 체류기간이 제한돼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당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평등권은 내국인 간에 적용되며, 외국인과 관련한 국가 정책에는 달리 적용될 수 있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김 변호사는 "헌재가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의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했다"며 아쉬워했다.
외국인에게 불리한 법 적용도 그로서는 안타까운 부분이다.
김 변호사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면 바로 풀려나는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외국인보호소로 가야 한다"며 "사실상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해야 해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정에서 이주민을 도와온 그에게 학교 후원은 또 다른 기쁨이었다.
2011년 지구촌학교 개교에 맞춰 "힘을 보태고 싶다"며 후원을 시작한 그는 한 달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200만 원씩을 냈다.
아무리 고소득 직종이라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로는 돈이 부족해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이 나갈 때도 있었다.
그는 "이것도 일종의 훈련이라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후원은 마음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지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2006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업계 호황과 맞물려 돈을 상당히 벌었습니다. 그랬더니 교만해지더라고요. 돈이면 다 할 수 있다는, 속물적인 생각도 싹트더군요.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에 덜컥 후원을 시작했는데 바로 경기가 나빠지더라고요.(웃음)"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는 "김 변호사는 생각과 실천이 일치하는 분"이라며 "약속을 지키고, 이주민들이 억울한 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선뜻 나서준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구촌학교의 조촐한 이벤트가 끝나고 아이들과 둘러앉은 김 변호사에게 한 아이가 질문을 던졌다.
"변호사는 돈을 얼마 벌어요?"
아이의 직설적인 질문에 웃음을 터뜨린 김 변호사는 "돈을 벌려면 변호사를 하는 것보다 사업을 하는 게 낫단다"라며 "돈 때문에 변호사를 하지는 말라"고 답했다. 자신의 삶에서 우러난 답이었다.
김 변호사는 "장기 후원은 당분간 재충전이 필요할 듯하다"면서도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떤 식으로든 도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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