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로 데뷔한 래퍼 아이언 "'독기'보다 세련된 곡"
"'쇼미더머니3' 생각하면 오그라든다…이번에는 자신있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독기'의 강렬함은 유지하면서도 더 세련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엠넷에서 방영한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3'에 출연해 단숨에 무명에서 주류로 부상한 래퍼 아이언(23)은 연합뉴스와 만나 30일 공개하는 디지털 싱글 음반 '블루'(blu)를 이같이 소개했다.
'쇼미더머니3' 출연 이후 그가 피처링한 곡이 잇달아 나와 마치 이미 오래전에 데뷔한 듯한 기시감이 들지만 '블루'는 그의 데뷔 음반이다.
지난 9월 종영된 '쇼미더머니3'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이후 반년 만에 내놓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아이언은 "방송에 출연하면서 깨달은 단점을 가다듬는데 시간을 쏟았다. 실험성과 대중성, 세련미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미 '쇼미더머니3'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준우승까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발언이다.
정작 그는 당시 무대를 생각하면 "오그라든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소양도 다 갖추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사도 그렇고 발음이나 발성도 부족했는데 그때는 몰랐습니다. 방송 다시 보면 엄청 부끄러워 오그라들더라고요."
그의 자책과 달리 '쇼미더머니3' 무대에서 선보인 곡 '독기'는 음원 공개와 동시에 주요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아이언은 당시 리쌍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면서도 마치 제목처럼 '독기'를 품은 랩 가사와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그는 "사람들이 '독기'의 강렬한 느낌을 좋아한 것 같다"면서 "새 음반에도 이런 강렬함이 일부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곡은 이러한 강렬함에 세련미를 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들인 만큼 결과물이 만족스러운 듯 자신감도 내비쳤다.
"과거에는 음악이 욕심을 쫓아가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욕심만큼 음악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이게 아이언이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곡이에요. 빨리 무대로 보여 드릴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데뷔 음반이라고 하나 수록곡은 '블루'가 전부다.
여러 곡이 수록되는 앨범은 좀 더 완성도 있게 내고 싶다는 욕심에 일단은 디지털 싱글만 발매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신곡은 국내 힙합 음악계에서 이미 유명한 시모와 슈프림보이, 기즈모가 함께 만들었다.
힙합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모던록 요소를 더해 그의 얘기처럼 대중성도 놓치지 않았다.
최근 힙합 뮤지션의 음반에 피처링으로 자주 이름을 올리는 가수 바빌론이 가세해 곡에 풍성함을 더한다.
아이언은 이 곡의 가사를 직접 썼다. 사랑한 여자와 헤어진 뒤 자신의 상처받은 모습을 감추려고 오히려 독설을 날리며 강한 척하는 남자의 복잡한 속내를 담았다.
그는 '쇼미더머니3'에서의 경험이 이번 음반 작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음악을 독학했다면 방송 출연을 계기로 다른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방송 전 무명에 가깝던 그는 그 사이 씨스타의 효린·주영, 샤이니의 종현, 김범수 등 인기 가수들과 컬래버레이션(협업) 곡을 선보이며 가요계 주류에 발을 들였다.
그는 "쇼미더머니3를 보고 피처링을 맡겨준 것 같다. 검증되지 않은 신인 중에서도 신인인데 이렇게 맡겨주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라고 하지만 그는 오랜 기간 독학하며 실력을 다져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힙합 음악을 좋아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이 길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지방에 살기도 했고,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아 어디서 배우거나 공연을 볼 여력이 못됐습니다. 집에 컴퓨터도 없어 학교 독서실 컴퓨터를 이용해 음악을 듣고 가사를 쓰고 했습니다."
그는 2010년 지인의 소개로 유명 작곡가 방식혁이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합류했다. 원래는 '방탄소년단'으로 데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방탄소년단의 성격이 힙합크루에서 아이돌그룹으로 바뀌면서 빅히트를 나오게 됐다.
이후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데뷔 기회를 찾다가 나가게 된 게 '쇼미더머니3'였다.
데뷔 앨범도 내기 전부터 인기 가수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뮤지션이 됐지만 그에겐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의 이름을 알린 '쇼미더머니3'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그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그는 "쉽게 얻은 관심은 그만큼 쉽게 사그라질 수 있다는 걸 안다"면서 "그런 문제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주위 평가에 휩쓸리지 않고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사춘기 때 방황하면서 쓰레기처럼 산 적도 있습니다. 그런 제가 다시 바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음악 덕분이에요. 방송 후에도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가사 한 줄 못쓰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제 길을 가려고 합니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틀 안에 가두지 않고 한 차원 높이는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게 목표입니다. 동근이(양동근) 형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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