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살린 정당한 활동" vs "사익 좇는 법률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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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
'공정거래 전문' 차관급 부장판사의 화려한 '변신'
사법부 최고 권위자 퇴직 후 대형로펌서 막대한 수입
"전문성 살린 정당한 활동" vs "사익 좇는 법률 기술자"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현직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하는 판결을 다수 선고한 전관 변호사가 퇴직 직후 대기업 횡포를 지적한 과거 동료의 판결을 반박하는 변론 활동으로 막대한 수입을 얻고 있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린 정당한 활동이라는 평가와 함께 고위법관 출신으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A 변호사는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24년 만에 공직에서 물러나 대형 로펌에 영입됐다. 공정거래 사건을 전담한 경력을 바탕으로 관련 사건을 수임하고 있다.
A 변호사는 지방법원 부장판사 시절 공정거래위원회에 수년간 파견됐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때는 국내에서 단 3곳뿐인 공정거래 전담 재판부를 맡아 이 분야에선 사법부 내 최고 권위자로 꼽혔다.
그는 특히 현직에 있을 때 이동통신 원천기술을 보유한 모 외국계 IT 회사에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을 납부하라고 명령한 공정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선고해 주목받았다.
당시 A 변호사는 판결문에서 국내 업체들에 차별적 로열티를 부과하거나 조건부 리베이트를 제공한 외국계 IT 회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지위를 남용했다며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반대로 정유사 주유소 원적지 담합이나 보험사 이율 담합 등 큰 규모 사건에서 기업 측 주장을 인정한 적도 있다. 이처럼 구체적 사건에 맞는 불편부당한 판결로 정평이 났다.
하지만 A 변호사는 지난해 변호사로 개업한 뒤 기업 편에 서서 공정위 처분이 부당하다는 주장만 고수하게 됐다. 소속 로펌이 공정위를 대리하는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최근 A 변호사는 한 음식료 회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의 상고심에 관여하고 있다. 생수 시장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 대리점을 가로챘다가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유명 사건이다.
A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대법관 출신 B 변호사와 함께 회사를 대리한다. B 변호사는 외국계 IT 회사 소송의 상고심에서 회사를 대리해 A 변호사의 지난 판결을 반박 중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A 변호사는 음식료 대기업의 횡포를 지적한 과거 동료 법관의 판결에 허점이 있다고 집중 변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변신'의 대가는 대단히 크다. A 변호사처럼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희소성을 가진 전관 변호사의 경우 개업 첫해에만 수십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불법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며 "고위법관 출신이 공익을 위한 법조인이 아니라 사익을 좇는 법률 기술자의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하고자 하는 시도를 사익 추구로만 매도해서는 안 된다"며 "대기업 횡포를 두둔한다는 평가는 변론 활동의 일부만 본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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