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의회, 장계관광지 유스호스텔 제동거나>
"준비기간 촉박·재원 확보 대책 허술"…용역·설계비 삭감 움직임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의 장계국민관광지는 계륵 같은 존재다.
대청호에 둘러싸여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지만, 각종 환경규제 때문에 개발이 좀처럼 쉽지 않은 곳이다.
1986년 관광지 지정 직후 이곳에 도내 남부권 유일의 모험놀이시설이 들어섰지만,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4년 전 철거됐다.
그 뒤 옥천군은 1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이 업체가 쓰던 토지를 사들여 활용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아이템이 유스호스텔이다.
국토의 중심이어서 전국 어디서나 접근하기 쉽고, 대전과 청주에서 멀지 않아 청소년수련공간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에서다.
'수변구역'인 이곳은 원칙적으로 숙박시설 입지가 불가능하지만,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청소년수련시설 건립이 허용된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군은 서둘러 600명 수용 규모의 유스호스텔 건립계획을 내놨다.
2018년까지 2만1천여㎡의 터에 객실, 강당, 세미나실과 번지점프·수상스키 체험시설 등을 갖춘 유스호스텔(지상 4층)을 짓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타당성 분석과 설계를 거쳐 지방재정 투융자심사까지 받기로 하고, 최근 추경예산에 타당성 조사 용역비 2천만원과 설계비 7억2천만원을 편성해 군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제는 준비기간이 촉박하고, 180억원대로 추정되는 재원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타당성 분석을 끝낸 뒤 늦어도 7월까지 지구단위계획 시설변경과 지방재정 투융자심사를 거쳐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하는 등 넘어야 할 행정 절차가 수두룩하다.
이를 기한 내 모두 마무리하더라도 재원 확보라는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
군은 소요예산의 절반(약 90억원)을 국비로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청소년 수련시설을 관장하는 여성가족부는 유스호스텔 등의 신규투자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이 대안으로 검토 중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충청유교문화권 개발사업비 확보도 그리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다.
이 때문에 유스호스텔 구상을 바라보는 군의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 26일 소집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한 군의원은 "군에서 마련한 계획을 조목조목 뜯어볼 때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의원들의 생각"이라며 "우선 올해 안에 관련절차를 모두 밟는 게 불가능하고, 설령 되더라도 재원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군에서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의 계획을 내놨다"며 "번갯불에 콩 볶는 듯한 사업은 부실행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군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청소년수련시설 건립이 영원히 물 건너간다고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다음 달 타당성 조사만 시작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사업만도 아니다"며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불필요한 논쟁보다는 행정력 집중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군의회가 관련 예산을 승인하지 않으면 이 사업은 자동으로 백지화된다.
옥천군의회는 이달 31일 본회의를 열어 이 사업 관련 예산이 포함된 추경예산안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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