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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삼진어묵 본점 건물 |
<사람들> 가업으로 '어묵 열풍' 이끈 삼진어묵 父子
"어묵은 모양도 맛도 같아야 하나"…역발상으로 시장 판도 바꿔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가히 '어묵 열풍'이라고 할 만하다.
피란민의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어묵이 영양 만점 간식거리로 재탄생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묵 체험장까지 잇달아 들어서고 획일적이던 모양도, 맛도 다양해 졌다.
길거리 음식에서 백화점 음식으로, 기름냄새 가득한 좌판에서 긴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맛집으로 재탄생했다.
어묵 열풍의 중심에 가업을 이어가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삼진어묵 부자 이야기다.
◇ "어묵 냄새 싫었지만 이제 가업이라 생각"
부산시 영도구 봉래동 봉래시장에 삼진어묵 본사가 있다.
3층짜리 이 건물은 자칫 원룸으로 변해 어묵 열풍도 없었을뻔했다.
1953년 66㎡ 남짓한 봉래시장 판잣집에서 삼진어묵이 시작됐다.
창업주의 아들 박종수(62) 삼진어묵 대표는 2010년에 공장을 부산 사하구 장림동으로 이전하고 봉래동 땅에 원룸주택을 지어 노후대책용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에 박 대표가 동맥경화로 쓰러졌다.
미국 뉴욕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현지에 눌러앉으려던 아들 용준(33) 씨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곧장 귀국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아버지가 말렸다.
'오뎅집 아들'은 기름 냄새가 싫어 달아나려 했지만 아버지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평생 땀 흘린 공장을 둘러봤다.
"처음에는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쓰러지고 다 큰 어른이 돼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했던 현장을 보니 제가 잘 못 생각했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용준 씨는 미국에서 본 창고형 매장으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역사관까지 갖춘 지금의 삼진어묵 본점 건물이다.
◇ 역발상…어묵의 새로운 발견
그동안 어묵은 동그랗거나 길쭉하거나, 납작한 모양이 전부였다.
둥근 어묵 안에 소시지나 게맛살을 넣는 게 그나마 특이했다.
매콤한 맛의 어묵도 나왔지만 거기까지였다.
용준 씨는 아버지를 설득해 다양한 모양과 맛을 가진 40여 종의 어묵을 개발했다.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어묵은 기존 방식대로 만들었고, 베이커리 식으로 일일이 수작업을 하는 크로켓 같은 어묵을 새로 내놓았다.
값싼 길거리 음식이 아닌 빵을 고르듯 편안하게 어묵을 고를 수 있도록 매장을 꾸몄다.
2013년 12월 20일 삼진어묵 본점이 재단장됐다.
영준 씨는 "오래된 회사라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제품이 다양하지 못하고 서비스의 질이 좋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라며 매장을 새로 꾸민 계기를 설명했다.
'대박'이었다.
"인터넷으로 간혹 홍보를 하기는 했지만 일주일 만에 소문을 타고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지요.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였습니다"라고 박 대표는 회상했다.
◇ 위생에 취약한 생선 다루는 일…프랜차이즈 생각 없어
삼진어묵은 금방 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알려졌다.
동네 주민만 찾던 봉래시장에는 외지인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새 제품을 내놓은 지 1년도 채 안 돼 지난해 6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해 10월과 12월에는 부산역과 롯데몰 동부산점에 분점을 냈다.
이번 달에는 롯데백화점 부산 동래점에 5호점을 열었다.
매장마다 긴 줄을 서야 삼진어묵 고로케를 맛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특히 부산역에서는 승객들이 삼진어묵을 맛보거나 구입하려고 줄서서 기다리다가 기차를 놓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하지 않을 겁니다. 위생에 민감한 생선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기능적으로 익숙한 사람이 해야 하고, 아직은 제빵학원처럼 어묵제조에 관한 교육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국 몇 곳에 직영 매장을 마련하고 어묵 사업을 다각화하는 게 삼진어묵의 단기적인 목표라고 한다.
◇ 어묵 미래 밝지만 원재료 고갈은 걱정
박 대표는 "단백질이 풍부해 건강에도 좋고 웰빙 제품을 많이 찾기 때문에 어묵 시장의 확장 가능성은 아직도 충분합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원재료 고갈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어묵에는 여러 가지 생선이 들어가지만 명태가 많이 사용된다.
국내로 들어오는 명태의 양이 많이 준데다 다른 생선까지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양이나 동남아 쪽에서 들어오는 어묵용 생선은 이미 그 양이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쪽에서 생선이 들어오지만 이마저도 언제 줄어들지 모릅니다"라고 박 대표는 걱정했다.
매출 규모를 물었다.
"부산에서 어묵을 만드는 곳은 우리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성장이 다른 업체의 피해로 이어져서는 안 되고 함께 커가길 바랄 뿐입니다."
박 대표는 어묵업계에 대한 애정 표현으로 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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