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중국시장> ③대기업도 안심 못한다

편집부 / 2015-03-26 06:00:41
△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흔들리는 중국시장> ③대기업도 안심 못한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 1992년 한중 수교와 함께 수많은 기업이 앞다투어 진출했던 중국 시장.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개척에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대기업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대기업들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중국 정책의 뒷받침 속에 '제2의 본사'를 중국에 마련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걸며 초창기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삼성, 현대차, LG, 포스코,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기업별, 업종별로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중국 내의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건비는 높아지고 중국 기업과의 기술격차는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13억 시장을 놓고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력제품인 스마트폰에서 중국 내 1위의 위상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2011년 이후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판매점유율에서 1위를 달리던 삼성은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토종업체 샤오미(小米)에 정상을 내준 데 이어 4분기에는 2위 자리마저 애플에 내주고 만 것이다.

LG전자는 여전히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을 좀처럼 뚫지 못하고 있다.

야심작인 G3는 세계시장에서는 좋은 실적을 보였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삼성, 애플 등 기존 강자들에다 샤오미와 화웨이 등 토종 브랜드의 저가공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중국 브랜드들은 휴대전화는 물론 TV를 비롯한 가전시장에서도 한국 대기업들을 위협하며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포스코의 중국 사업 역시 '유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2003년도 3.5억t에서 2014년 7.5억t으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포스코의 대중 수출량은 2003년 250만t, 2014년 280만t으로 1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포스코의 중국 사업은 앞으로도 철강 시황이 워낙 바닥세인데다 회복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 탓에 획기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SK는 그동안 부진했던 실적에서 다소 호전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SK는 SK텔레콤의 중국 이동통신 진출 좌절, SK아이캉병원 매각 등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석유화학, 반도체, 도시가스 등의 분야에서 성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그나마 중국 시장에서 고공행진을 하는 대기업은 현대차그룹 정도가 꼽힌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중국시장 판매량은 2013년 대비 10.3% 증가한 184만여 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토종 업체들이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다 고급차 시장에서 펼치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긴장의 끈은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러 원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였던 기술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유엔 국제제조업 경쟁력지수에 따르면 2000년 한국은 12위로 중국(23위)과 11계단의 차이를 보였으나, 2010년에는 4위로 중국(7위)과 3단계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이문형 한국산업연구원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과거에는 선전했지만 지금은 여의치가 않다"면서 "한중이 경쟁하는 조선, 철강은 중국에 이미 우위를 내줬고 소재산업 중 석유화학은 중국이 빠르게 국산화하면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가 외자기업에 주던 각종 혜택도 순차적으로 폐지된데다 '뉴노멀'(New normal·신창타이<新常態>)' 시대로 돌입해 중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둔화되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은 저마다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전략 재정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가운데 기술 투자와 차별화된 제품개발, 유통구조 개선 등 이른바 '정공법'으로 중국 내수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은 중국 시장에서 첨단기술, 고부가가치, 자본집약 장치산업 등의 방향으로 변신을 꾀하면서 '현지 완결형 체제' 구축을 통해 시장 수요에 따른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TV, 세탁기, 냉장고,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 밀착형 전략제품 투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의 경우도 주력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가속화 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제품 구조의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면서 맞춤형 전략인 솔루션 마케팅이라는 서비스에 승부를 걸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형 신형 쏘나타 등 전략차종 출시를 가속하는 동시에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시와 충칭(重慶)시에 들어설 제4~5공장 건립을 통해 공급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한중 FTA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중국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루이(劉瑞)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한중 FTA는 자본, 인력, 관세 등 다방면에서 상호 호혜적인 기제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일대일로'를 활용해 중국 시장진출을 꾀한다면 건축, 가구 건재, 가전 등에서 우수한 기술을 가진 전통 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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