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소로 바뀐 싱가포르 유일 시위장 '연사들의 코너'

편집부 / 2015-03-24 19:06:10
△ (싱가포르=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 싱가포르 중심가 홍림 공원 '연사들의 코너'에서 설치된 리콴유 전 총리 추모소. 시민 30~40명이 모여 리 전 총리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추모소로 바뀐 싱가포르 유일 시위장 '연사들의 코너'



(싱가포르=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 경제 발전에는 성공했지만 국민의 정치 참여와 언론 자유는 활성화되지 못한 싱가포르에 유일한 시민 발언대가 있다. 바로 중심가에 자리잡은 홍림 공원 안에 있는 '연사들의 코너'(Speakers' Corner)이다. 시위나 집회를 갖고 연설을 하려면 이곳에서만 해야 한다.

연사들의 코너에서도 연설을 하거나 행사를 열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곳이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타계 이후 추모 장소로 바뀌었다.

리 전 총리 애도 기간 이틀째인 24일 기자가 찾은 홍림 공원 연사들의 코너에는 시민들이 리 전 총리를 추모할 수 있도록 임시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홍림 공원이 평소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시위 장소로 사용되어서인지 별안간 추모소로 바뀐 이곳에는 다른 추모소에 비해 애도객이 많지 않았다.

가설된 임시 천막 안에는 시민 30~40명이 모여 리 전 총리의 업적을 기리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었다.

무대 앞쪽에는 국민이 애도글을 남길 수 있도록 방명록이 비치됐다.



공원 가장자리에는 '이곳은 추모 장소로 정해졌으므로 연사들의 코너를 포함해 홍림 공원에서 연설하거나 행사를 하려는 시민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라는 공고문이 세워져 있다.

시민들에게 연사들의 코너를 언제 다시 돌려줄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싱가포르는 경제 수준에 비해 언론 자유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제 언론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5년 세계 언론자유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언론자유도는 180개국가 중 153위로 러시아나 미얀마보다도 낮다.

리 전 총리는 제3세계 작은 도시국가였던 싱가포르를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도약시켜 세계적인 존경을 받고 있지만 언론 자유를 억압한 데 대해서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는 정치 시위나 정부에 대한 비판을 갖은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허용하지 않았다. 정적을 감옥으로 보내는가 하면, 정부를 비판하면 명예훼손이나 무고 혐의를 씌워 거액 벌금을 내게 만드는 등 경제적으로 파멸시켰다.

공원 인근 주민인 티안 경(48. 주부)씨는 "연사들의 코너를 추모장으로 바꾼다는 설명은 듣지 못했다"며 "시민들이 알지 못한 사이에 홍림 공원이 하루아침에 추모장으로 변한 것은 우리나라 언론 자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한숨지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