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도 아들도 잃었다…前우크라 대통령 야누코비치 비애
둘째 아들 바이칼 호수서 익사. 크림 무명용사 묘에 묻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해 정권 교체 혁명 과정에서 축출돼 러시아로 망명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前) 우크라이나 대통령(64)이 권력과 함께 아끼던 아들마저 떠나 보냈다.
지난주 러시아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에서 익사한 것으로 알려진 야누코비치의 둘째 아들 빅토르(34)의 장례식이 크림 반도의 군항 세바스토폴에서 열렸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빅토르는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정교회 성당 안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지에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세바스토폴 당국 관계자는 빅토르가 1850년대 크림전쟁 당시 숨진 러시아 병사와 장교들의 무덤인 이 유공자 묘지에 묻힌 이유에 대해 "익사 사고 당시 함께 차에 탔던 다른 사람들을 모두 탈출시키고 스스로 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당 관계자는 "장례식에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포함한 유족들이 참석했다"며 "빅토르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목을 놓아 울었다"고 전했다.
장례식 참석자들은 검은 유리창으로 가려진 20여 대의 승용차에 타고 현지에 도착했으며 다수의 경호원이 성당 주변을 둘러싸고 일반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고 목격자들은 소개했다.
빅토르는 지난 20일 바이칼 호수에서 열린 스포츠 행사에 참가했다가 사진을 찍기 위해 위험 표지판을 무시하고 미니 버스를 몰고 얼어붙은 호수 안으로 들어갔다가 얼음이 깨지면서 차량과 함께 물속으로 빠져 숨졌다. 차량에 동승했던 나머지 5명은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빅토르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친서방 야권 세력에 쫓겨나 러시아로 망명할 때 아버지, 형 알렉산드르(42)와 함께 러시아로 도주해 지금까지 살아왔다.
지난 2006년부터 야누코비치가 이끈 '지역당' 소속으로 2선 의원을 지낸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을 정치인으로 주목받았었다.
빅토르의 사망 여부를 두곤 한동안 혼란이 빚어졌다. 그가 우크라이나 당국의 추적을 피하려고 할머니의 성인 다비도프란 이름이 적힌 신분증을 갖고 다닌 데다 러시아 당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이 모두 사망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누코비치는 친서방 야권의 반정부 시위가 극에 달한 지난해 2월 21일 저녁 수도 키예프를 떠나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동부 지역으로 도피했다가 러시아로 망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국 동부 지역에 피신해 있던 야누코비치가 도움을 요청해와 헬기와 특수부대원들을 파견해 그를 구조했으며 이후 크림 반도를 통해 러시아로 데리고 왔다고 소개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가족은 그의 고향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가까운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권력과 함께 아끼던 아들까지 잃은 야누코비치는 더욱 쓸쓸한 말년을 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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