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방, 핵협상 시한 앞두고 기싸움 '팽팽'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핵협상 타결 시한이 임박하면서 이란과 서방이 서로의 결단을 요구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핵협상 타결 시한은 이달 말로, 지난해 11월24일에서 연기됐다.
지난번 시한을 앞두고서도 양측의 설전과 압박이 이어졌지만 당시엔 '시한 연기'라는 선택지가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타결 또는 실패 중 하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만큼 막다른 길에 몰린 양측은 협상 타결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면서도 결렬시 상대편에 책임을 미루기 위한 명분쌓기에도 열중하는 모습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해소된 사안도 있지만, 이견이 여전하다"며 "핵협상 타결은 실현 가능한 일이지만 의견 차이가 모두 풀어지려면 상대편(미국 등 서방)이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서방도 이란의 결심을 강하게 요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 보도된 허핑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목표는 몇 달이 아닌 몇 주 안에 협상이 타결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란 정부가 최종 합의에 필요한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이 움직여 왔기 때문에 (타결)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이면서 '밀고 당기기' 화법을 구사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4개국 외무장관도 21일 런던에서 회동한 뒤 낸 공동 성명에서 "핵심 쟁점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합의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다"면서 "이제 이란이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15일부터 7일간 마라톤 협상을 벌인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로 '장외 신경전'을 이어갔다.
자리프 장관은 19일 개인 트위터 계정에 "이란은 이미 명예로운 선택을 했다. 지금이 바로 미국과 그 우방이 (이란을) 압박할 것인지 합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는 글을 남겼다.
케리 장관도 19일과 22일 트위터에 각각 "협상이 매우 어렵고 팽팽하다", "(서방) 4개국은 아무 협상이 아닌 좋은 협상을 해야 한다는 데 하나로 뭉쳤다"고 적었다.
AFP 통신은 핵협상에 관련된 서방 측 관리들을 인용, 이란이 이번 협상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뿐 아니라 유엔의 대이란 제재도 즉시 해제하라고 요구하면서 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 우라늄 농축 등 핵활동을 한다며 2006년 12월 핵활동과 연관된 개인과 회사의 자산 동결을 결의한 데 이어 이듬해 대이란 무기 금수조치를 내렸다.
AFP통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강경파인 프랑스의 반대가 거센데다 이란의 핵활동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확인없이 이 요구가 수용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 결의없이도 한시적으로 유엔 제재를 유예하거나 조건부 해제할 수 있는 묘안이 도출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제재 해제와 관련,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1일 신년 연설에서 "서방과 타협하면 이란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틀리다"며 "핵협상이 타결됐을 때 즉시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는 점을 협상팀이 확실히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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