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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가 영국 식민지에서 다문화 사회로 탈바꿈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맬컴 프레이저 전 호주 총리가 20일 향젼 84세로 타계했다. 사진은 1977년 미국 백악관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과 만난 뒤 연설하는 모습. 2015.3.20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맬컴 프레이저 전 호주 총리 타계…'다문화사회' 공헌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호주가 영국 식민지에서 다문화 사회로 탈바꿈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맬컴 프레이저 전 호주 총리가 20일 타계했다고 AP통신과 호주 ABC방송 등이 보도했다. 향년 84세.
프레이저 전 총리의 사무실은 성명을 내고 노환을 앓던 프레이저 전 총리가 이날 아침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멜버른의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한 프레이저 전 총리는 보수 성향인 자유당 소속으로 25세에 의회 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발을 들여놨다. 국방부 장관 등을 거쳐 1975년부터 1983년까지 제22대 호주 총리를 지냈다.
호주 역사상 유례없는 헌정 위기를 통해 총리직에 올랐지만 작지 않은 발자취를 남긴 '거인'으로 평가된다.
1975년 당시 호주 총독이었던 존 커는 21대 고프 휘틀럼 총리 정부와 야권이 의회에서 장기 교착상태에 빠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휘틀럼 총리를 해임하고 자유당 당수이던 프레이저를 과도내각 총리에 임명했다.
프레이저 전 총리는 이 때문에 '커의 똥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지만 한 달 뒤 총선에서 자유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또 이후 두 차례 총선에서도 승리해 3년 임기 총리직을 세 번 내리 연임했다.
그는 지지층인 보수세력의 반대에도 인권 등 사회문제와 관련해서는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해 호주를 다문화 사회로 이끌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평가했다.
재임 기간 호주 원주민(애보리진)들에게 북부준주(NT) 일대 토지를 돌려주는 '애보리진 토지 권리법'을 제정했고, 다문화·다언어 공영방송인 SBS를 설립했다. 또 같은 영연방 소속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도 반대했다.
프레이저 전 총리는 1983년 은퇴한 후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쳤으며 존 하워드 전 총리의 난민 정책과 이라크전 참여를 비판하는 등 자유당 정부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때문에 지난해 10월 타계한 '정적' 휘틀럼 전 총리와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시각을 공유하며 은퇴 후에 오히려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토니 애벗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프레이저 전 총리는 경제적으로 책임있는 정부를 재건했으며 동시에 사회적 변화를 인식했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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