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시리아 북부 염소가스 공격 확실"
"헬기가 투하한 통폭탄서 가스 방출"…정부군 소행 뒷받침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 16일 화학무기의 일종인 염소가스로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북부 마을을 공격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국경없는의사회(MSF)의 보고서가 나왔다.
MSF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지 시리아인 의료진이 보고한 당시 상황과 환자들의 증상 등을 종합해보면 염소 중독이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며 "다른 독성 물질로 유발된 증상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른바 '통폭탄'을 투하하는 헬기들이 이들리브 주 사르민 마을 인근의 상공에 나타났으며 이 통폭탄들이 땅에 떨어지자 질식을 일으키는 가스를 방출했다.
사르민의 의료진은 이 공격으로 6명이 숨지고 70여명이 염소가스 중독으로 중상을 입었다고 보고했다.
한 병원 원장인 T 박사는 "공기에서도 세척제 냄새가 났고 환자들 옷에서는 염소 특유의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의 의사도 "중상을 입은 환자 20명이 있었는데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고 입가에 피를 흘리며 피부 발진도 보였다"고 증언했다.
이들 병원 의료진은 첫 번째 통폭탄 공격을 받은 인근 마을 주민과 같은 날 밤 공격을 받은 사르민 주민, 자원봉사 구급대원 등에게 폐·기관지 희석 조치와 화상 치료를 했다.
MSF는 시리아 내 의료시설 6곳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사르민과 같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의 의료시설 100여곳에 의약품과 의료기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지난 16일 정부군이 이들리브에 통폭탄 공격을 한 뒤 독성물질에 중독돼 민간인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SOHR은 현지 의료진과 활동가들의 보고를 토대로 독성물질은 염소가스로 추정되며 사망자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한 일가족 5명과 다른 민간인 1명이라고 전했다.
통폭탄은 드럼통에 폭발물과 쇠붙이를 넣어 만든 것으로 정부군은 헬기를 이용해 통폭탄 공격을 자행하고 있으며, 이 폭탄에 염소가스를 넣기도 한다는 증언들이 많이 나왔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지난해 4월부터 시리아 북부 마을 3곳에서 염소가스가 사용됐다는 주장을 조사한 결과 지난 1월 "고도의 신뢰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OPCW 조사단은 당시 보고서에서 마을 주민 37명 가운데 32명이 "독성 화학물질이 담긴 폭탄 공격이 있던 당시 마을 상공에서 헬기를 보거나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고 기술했다.
OPCW 역시 염소가스의 사용 주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활동가들은 반군은 헬기가 없어 통폭탄을 이용한 염소가스 공격은 정부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시리아의 주요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연합'은 정부군이 사르민에서 염소가스 공격을 감행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정부군이 전쟁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조치하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시리아연합은 또 정부군이 시리아 북부에 무차별하게 공습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주요 화학무기 보유국인 시리아에서는 2013년 8월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정부군의 공습 이후 사린가스 중독으로 최대 1천4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등 여러 차례 화학무기가 사용됐으며, 극단주의 무장세력들도 노획한 화학무기로 공격하고 있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지난 14일 이라크 북부에서 벌어진 이라크 쿠르드군(페쉬메르가)과 전투에서 염소가스를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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