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투합하더니"…번번이 충돌하는 이시종-김병우
학교 태양광 시설 설치 이어 무상급식비 분담 놓고 대립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충북도 교육감이 협력 사업을 놓고 번번이 부딪치고 있다.
작년 6월 지방선거 때 진보 성향인 김 교육감이 당선된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 지사와의 소통·협력 강화가 기대됐지만 취임 후 9개월의 상황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공약의 세부적인 차이, 사업비 분담 문제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두 기관의 '기 싸움'은 보수 성향인 이기용 전 교육감 때와 별반 차이가 없는 모양새다.
두 기관의 이견은 올해 쓸 예산 편성이 시작된 작년 말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교실 만들기'는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이 모두 내놓은 공약이다. 하지만 시행 방식을 둘러싸고 입장 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지사는 각급 학교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냉·난방기 가동에 필요한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김 교육감은 교육청이 나서서 교실 온도를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겠다면서 개별 학교에 '실내온도 결정권'을 넘겨줬다. 냉·난방기 추가 가동에 든 요금을 교육청이 지원하는 식이다.
이 지사의 공약 이행 차질을 우려한 충북도가 교육청 설득에 나섰지만,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공감대만 형성됐을 뿐 아직 이렇다 할 합의점은 도출되지 않았다.
도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인식을 함께 했다"며 "그러나 태양광 설치를 추진할 것인지, 사업비를 어떻게 분담할지 등에 대해 합의된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십억원의 설치비를 분담하기 어려운 도 교육청의 빠듯한 재정 상태도 태양광 시설 설치를 가로막는 장애 요소로 꼽힌다.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으로 경남 지역이 떠들썩한 가운데 충북에서도 무상급식비 분담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충북도는 무상급식비 중 식품비와 운영비를 절반 낼 수 있지만 인건비는 도교육청이 전액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이 먹는 밥을 짓는 데 쓸 식자재 구입비와 가스비 등을 분담할 수 있지만 교육기관이 고용한 영양사·조리사 인건비를 도민 혈세로 댈 수 없다는 것이다.
2013년 11월 도의회의 중재로 '무상급식 분담 매뉴얼'이 만들어졌고, 이때 이 지사가 서명했지만, 이제는 "민선 6기가 시작된 만큼 새로운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에 맞서 도 교육청은 '도 학교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내세우며 인건비뿐만 아니라 급식시설·설비비까지 나눠 내야 한다고 반격하고 나섰다.
충북도가 분담액을 줄이려 하자 오히려 더 많이 지원해 달라고 한 술 더 뜬 것이다.
두 기관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자칫 올해 무상급식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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