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퍼주기 '경제외교' 전략 수정"< FT>
"채무국 디폴트 위험…위험 분산 나서"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 돈을 퍼부었지만, 이들 국가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 기운이 감돌자 접근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우방도 얻고 자원 확보 등 경제적 이득도 챙긴다는 목표 아래 신용등급이 나쁘거나 정치가 불안한 정부 등에 개발금융 명목으로 막대한 자금을 제공해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등을 사례로 들며 중국의 '경제외교' 전략이 수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의 대선 패배는 중국경제외교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는 후보 시절 선거 유세에서 중국이 지원한 수십억 달러의 대출을 언급하면서 "외국인들이 나라를 훔치고 있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식민지가 될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대선에 승리하자 중국에 대출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통보했고, 중국 건설회사가 진행 중인 15억 달러 규모의 항만 프로젝트 공사를 중단했다.
아울러 인도 총리로는 28년 만에 스리랑카를 방문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환영했다. 인도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강력한 라이벌이다.
중국 사회과학학회 유용딩 교수는 "중국이 아프리카나 남미 등의 불안한 정권들에 대한 대출에서 너무 많은 위험을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기관들이 상대방 정부들과 계약을 한 만큼 그 계약은 잘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치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돌변했다.
중국은 16개 계약을 통해 총 563억 달러를 베네수엘라에 빌려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자금은 우고 차베스 대통령 집권 시기에 "중국 인민의 친구"라는 명분 아래 제공됐지만, 대출금 상환이 중단됐다.
이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올해 초 중국을 찾아가 채무탕감을 요청했지만, 중국으로부터 거절당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선 베네수엘라가 향후 5년 내 디폴트에 처할 확률을 90%로 보고 있다.
180억 달러의 자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역시 중국의 차가워진 태도에 부닥쳤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집권 시절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했던 양국 간 관계가 야누코비치 축출 이후 바뀌었다.
중국이 러시아로 기울면서 우크라이나가 갚지 않은 체납금 66억 달러를 둘러싸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다툼에 빠져들었다.
이런 사례들은 중국이 다국적인 접근과 국제기구를 통한 대출 등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경제외교 접근법을 수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이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존스홉킨스대 데보라 브라우티감 교수는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미국 국채에 투입하는 건 별로 이득이 없다. 따라서 해외에 자금을 대출해줘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함으로써 생산용량 과잉에 빠진 중국 대기업들의 해외사업 기회를 주는 게 윈윈"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국영기업들이 수익성을 외면하고 국가의 정책 목적을 어느 수준까지 추구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중국 내 긴장도 경제외교 수정의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중국이 경제외교를 통해 해외에 제공한 자금 규모는 알려진 바 없다.
미국 수출입은행의 프레드 호치버그 회장은 이 자금이 6천7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보스턴대 케빈 칼라거 부교수는 중국 정부와 연관된 남미권 대출이 2005년 이래 1천190억 달러라고 추정했고, 브라우티감 교수는 2000~2010년 중국-아프리카 대출을 528억 달러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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