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스라엘군 아동인권 블랙리스트 등재 철회 논란
이스라엘 정부 항의받고 협의일정 취소한 사실 드러나
(서울=연합뉴스) 김태한 기자 = 유엔이 국제 아동인권 침해자 명단에 이스라엘군(IDF)을 추가하려다 이스라엘 정부의 압력을 받고 철회한 것으로 드러나 후폭풍을 맞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을 아동인권 침해자 명단에 올려야 한다는 인권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이를 추인하는 협의 일정까지 잡았으나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의 항의 전화를 받고서 이를 취소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 유엔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고위 당국자가 유엔 관리들에게 정치적 압력을 가했고, 그 결과 이스라엘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명확한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가자지구 공격으로 사망 500명, 부상 3천300명 등의 어린이 인명 피해를 유발해 아동인권 침해자로 제재해야 한다는 비판을 인권단체로부터 받아왔다.
이런 움직임에는 아동구호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해 12개 팔레스타인 인권단체와 이스라엘 인권단체 비첼렘, 유엔아동기금(UNICEF)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국제 아동인권 침해자 명단에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보코하람, 탈레반 같은 테러 단체들이 올라 있어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군의 명단 등재 움직임에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국 군대가 명단에 포함된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명단 지정은 추후 다른 국제기구나 유엔의 추가 제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측의 항의는 명단 등재 논의를 위한 회의를 하루 앞둔 2월 12일 준 쿠누기 유니세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대표에게 전달됐고, 이스라엘 외무부 등의 정부 관계자 2명이 전화를 건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날 오전 유엔 중동평화 중재국의 제임스 롤리 담당관은 메일을 통해 회의 연기 사실을 참가자들에게 긴급히 통보했다.
쿠누기 대표와 롤리 담당관은 이와 관련, 공동성명을 통해 "아동인권 침해자 명단 등재 논의는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사안으로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며 결정권은 유엔 사무총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유엔 관계자를 인용해 아동인권 침해자 신규 지정 결정은 다음 달 유엔본부에서 내려질 예정이지만 이스라엘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유엔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수재너 말코라 유엔사무차장은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이 문제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본부는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언급을 거부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논란과 관련, "유니세프 및 유엔과 이스라엘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적인 언사나 협박에는 대응하지도,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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