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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일용 과학수사센터 범죄행동분석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분노범죄' 해결에 프로파일러들이 나섰다
권일용 팀장으로 TF 구성…분노범죄 유형화·측정도구 개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서울 구로구에서 세상에 복수하겠다며 50대 남자가 약국과 문구점에서 흉기난동을 벌이고, 경남 진주의 한 인력공사 사무실에서는 다짜고짜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고….
최근 들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르는 충동형 범죄가 사회문제화되자 국내의 내로라하는 프로파일러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청은 권일용 과학수사센터 범죄행동분석팀장을 팀장으로 프로파일러 11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분노·충동 범죄에 대한 대응전략을 연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권 팀장은 과학수사기법으로 2006년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 2007년 제주 양지승양 살해사건, 2009년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2010년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한 김길태 사건 등 굵직한 흉악 범죄 해결에 기여한 바 있는 국내 1호 프로파일러다.
프로파일러들이 분노·충동범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은 이런 범죄가 아직 개념정립도 안 된 새로운 유형의 범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권 팀장에 따르면 1970∼1980년대에는 치정이나 원한, 호구지책 등 동기가 뚜렷한 범죄가 주류를 이뤘다면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지존파, 막가파 등 막연한 분노의 감정을 사회적으로 표출하는 범죄가 등장하게 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 유영철, 강호순과 같이 집단적인 범죄에서 개인이 계획을 수립해 피해자를 선택적으로 살해하는 범죄로 발전했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는 특별한 계획 없이 외부 자극에 의해 감정이 폭발해 범행을 저지르는 이른바 '무(無)동기성'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분노·충동 범죄는 교묘하게 피해자를 속여 자신의 통제 하에 두고 살해하는 유영철, 강호순 등 사건과 달리 무계획적이고 충동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간 특별한 인과관계도 없다.
권 팀장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사회적 배제의 느낌, 상대적 박탈감이 이 같은 분노·충동 범죄의 바탕에 깔렸다고 보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세상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식으로, 타인에 대한 시기로 단계적으로 발전하면서 분노의 감정이 개인 내부에 쌓여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해소하지만 심리적으로 취약하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은 분노의 감정을 사회적 상호 작용 속에서 해결하지 못해 이를 결국 범행을 통해 표출한다는 것이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범죄로 이어지는 계기를 찾는 것이 프로파일러들의 숙제다.
프로파일러 TF는 외국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학계와 협력해 분노·충동 범죄의 촉발요인과 궁극적인 동기를 밝히고 이를 세부 유형별로 개념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분노·충동 범죄 발생의 환경적, 개인적 특질을 규명해 잠재적 분노·충동범죄 위험자에 대한 측정 도구도 개발한다.
나아가 분노·충동 범죄의 통계 기준을 마련해 실태를 파악하고, 측정 도구로 잠재적인 분노·충동 범죄자를 가려내 관련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 팀장은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불필요한 사회가 돼 갈수록 분노·충동형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며 "며 "올해 안으로 분노·충동 범죄를 이해할 수 있는 책자를 일선 경찰서에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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