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처음부터 작심비판…朴대통령 조목조목 반박
<朴대통령·文대표 마치 대선 TV토론하듯 '일진일퇴'>
대선TV토론 이후 2년3개월만에 '갑론을박' 재연
文 처음부터 작심비판…朴대통령 조목조목 반박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박경준 기자 = 지난 18대 대선 이후 처음으로 공식 대좌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17일 만남은 마치 대선 TV토론 당시 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일진일퇴 공방 끝에 막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자들의 전언을 종합해 보면 문 대표가 미리 준비해 간 모두발언을 통해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을 총체적 위기로 진단하면서 선제 공격에 나섰고, 박 대통령이 이러한 문 대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것이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안종범 경제수석은 회동 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이 끝나고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 박 대통령께서 문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지적한 여러 경제현안, 경제정책 제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고 전하면서 박 대통령의 회동 비공개 부분 발언을 소개했다.
조·안 수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문 대표가 "실패", "총체적 위기", "공약파기" 등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규정하며 작심 비판을 쏟아내자 이러한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일일이 설명하며 '반격'을 펼쳤다.
마치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TV토론에서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상대의 공약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던 대치 구도가 2년3개월 만에 재연된 듯한 장면이었다.
문 대표는 모두발언에서▲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생활임금' 전면도입 ▲법인세 정상화와 자본소득·고소득자 과세 강화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 ▲전·월세값 폭등과 같은 서민주거난 해결 ▲가계부채 증가 특단 대책 마련 등 '4대 민생과제' 해결을 주문하며 기선제압을 시도했다.
특히 "경제사령탑 교체없이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대전환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경제수장을 교체해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사실상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질을 요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맞서 박 대통령은 우선 문 대표가 제안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야당의 기본방향은 이미 우리 정부의 기본 경제정책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추진방법이 다른데 과도한 재정지출 등을 통한 인위적 가계소득 증대방안은 국민 세부담 증가와 기업활동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인위적 소득증대는 한계가 있어서 지속가능한 소득증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자리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이 옳은 방향"이라고 부연했다.
박 대통령은 또 경제민주화 공약포기 지적에 대해서는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을 많이 입법화시킨 정부"라며 "하도급업체와 납품업체, 가맹점주 등 경제적 약자의 권리 강화 제도개선 방안도 모두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강화, 신규순환출자 금지 등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과제도 상당수 입법화 됐다"며 "이러한 새 제도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6개월마다 실태점검을 하고 있는데 현장 업체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 편중 정책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법인세율 인하는 과거 참여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이라고 상기시키며 "현 정부에서는 오히려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을 인상했고, 투자세액 공제 등 대기업 위주로 비과세 감면혜택을 축소해왔다. 작년에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해 투자와 임금, 배당이 부진한 기업에 대한 과세도 강화했다"고 반박했다.
문 대표가 제안한 '생활임금'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기존 법이 정한 최저임금 제도와 혼선을 빚을 수 있고,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생활임금 법제화보다 최저임금 점진적 인상으로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전월세 문제, 가계부채 문제,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해서도 정부의 입장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며 문 대표의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안 수석은 이처럼 박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한 뒤 문 대표가 "총체적 위기"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여러 증거가 있고, 어떠한 성과를 거두고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따로 자료를 배포할 것"이라고 말해 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경제 관련 정책과 현안을 놓고 치열하게 논리 대결을 펼쳤음을 가늠케 했다.
문 대표도 회담이 끝나고서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대통령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일부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었고, 많은 부분은 의견이 달랐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이어 "하지만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대통령도 제 이야기를 경청해주신게 오늘의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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