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보험 상품 판도 바꾼다"<英 이코노미스트>
"기존 업체, 애플 구글과 경쟁할 것"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양태삼 특파원 = 재난이나 사고를 그나마 보상해주는 보험산업은 불확실성을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해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17일 진단했다.
예컨대 차량용 블랙박스를 달면 자동차 보험료를 깎아주고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암밴드를 차고 운동하면 생명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보험산업은 통계 기반 업체에 밀릴 수 있다고 이 주간지는 분석했다.
이런 점에서 아직 상품을 내놓지는 않지만, 애플이나 구글 같은 빅데이터를 보유한 업체들은 보험 시장 진출에 유리하다고 이 주간지는 예상했다.
이처럼 빅데이터를 분석한 보험 상품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의 오스카 생명보험은 하루에 만보를 걸으면 1달러를 돌려주는 상품을, 샌프란시스코의 메트로마일 자동차 보험은 차를 덜 쓰면 보험료도 적게 내는 주행거리 병산 자동차 보험 상품을 내놓았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소개했다.
앞으로 차량 주행거리뿐만 아니라 급제동 회수, 야간 주행 빈도 등을 측정해 안전 운전을 하는 젊은 미혼 남성은 중년의 기혼 여성처럼똑같이 낮은 보험료를 낼 수 있다.
빅데이터를 가공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학계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즉, 혼다 차량 애호가는 비흡연자일 가능성이 크고, 프렌치 프라이를 좋아하면 지성적이며, 페이스북의 '좋아요' 분석을 통해 마약 중독 또는 흡연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이 주간지는 전했다.
지난해 호주의 주택보험업체인 가이드와이어는 허리케인의 진로를 예측, 보험 가입자에 지붕 방수 작업을 권고함으로써 피해를 줄였다.
보험의 속성상 불확실성에 노출된 사람이 많아야 하는 데 빅데이터 덕분에 리스크 규모가 줄어들면 앞으로 보험업계는 상품 설계에 고민할 수밖에 없다.
또 스마트폰 같은 실시간 데이터가 충분해 위험 예측이 정확해지면 정작 보험이 필요한 '가장 위험한 운전자'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진단했다.
여기에다 실시간 센서가 널리 퍼지면 현대인은 모니터가 설치된 놀이터에서 노는 아동을 살펴보는 '빅 마더'의 감시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이 주간지는 우려했다.
아울러 선천적 유전자 이상으로 생길 수 있는 질병에 대해 보험사들이 꺼리는 것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이 주간지는 지적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지만, 성별로 생명 보험료를 차등하지 못하게 한 최근 유럽의 정책을 음미해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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