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한중일 지도자, 과거 기억하며 미래지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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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70주년 행사서 연설하는 아베 총리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유엔대학에서 열린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연설하고 있다. |
아베 "일본, 안보리 상임이사국 맡을 용의있다"(종합)
유엔 70주년 행사 연설…침략·식민지배 반성 모호성 유지
반기문 "한중일 지도자, 과거 기억하며 미래지향해야"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 이사국 진출 목표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아베 총리는 16일 도쿄 유엔대학에서 열린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 심포지엄 연설에서 이제까지 유엔에서 일본이 기여한 바를 열거한 뒤 "일본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역할을 맡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유엔 개혁에 언급, "지금은 논의에 시간을 할애할 때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핵무기를 가진 5개국이 각각 거부권을 가진 채 독보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안보리 상임위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설에서 과거사와 관련, 아베 총리는 "일본은 앞서 대전(2차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 위에 자유롭고 민주적이고 인권을 지키며 법의 지배를 존중하는 국가를 건설했다"고 말했지만 종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 작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 및 반성은 거론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또 2차대전 말기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서 이뤄진 원폭 투하에 대해 "두번 다시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일본의 피해를 강조한 뒤 "두 도시에서 핵 군축의 의의와 (핵)확산의 위험을 호소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과 갈등관계인 중국의 거부권을 감안할 때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아베 총리가 목표를 천명한 것은 정권의 외교·안보 이념인 '적극적 평화주의'를 추진하며 국제 안보에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아베 총리가 여름에 발표할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애매하게 한 채로 안보리 상임위 진출 등을 추진할 경우 '전후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아베 총리에 앞서 연설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중일 세 나라가 정부간 대화를 통해 "진정한 화해와 조화, 번영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한중일) 지도자들이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지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또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의 시대라고 하지만 (중략) 동북아는 여전히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로 남아 있다"며 "나는 동북아 국가들, 특히 일본·중국·한국이 전향적인 태도로 대화를 진행하길 진지하게 희망하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이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한국·중국과, '미래지향'을 강조하는 일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반 총장은 이날 방송된 NHK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일본 지도자가 보다 대국적인 미래지향 비전을 가짐으로써 역사인식을 둘러싼 대립이 최대한 조기에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반 총장과 아베 총리는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 건설과 여성 인권을 위한 노력 등을 강조했지만 군위안부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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