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크림 병합 1년> 경제위기 와중 성대한 기념행사

편집부 / 2015-03-15 14:31:04
크림과 러시아 전역서…'오히려 살기 어려워졌다' 비판도
△ 크림반도 세바스토폴항에 정박한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군함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크림 병합 1년> 경제위기 와중 성대한 기념행사

크림과 러시아 전역서…'오히려 살기 어려워졌다' 비판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 반도가 러시아로 병합된 지 1년이 됐다.

동서 냉전 체제 붕괴 이후 국제 질서를 뒤흔든 최대 사건으로 평가받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붙은 지 1주년이 된 것이다.

크림은 지난해 3월 16일 주민투표에서 96%가 넘는 지지율로 러시아 귀속을 결정했고 이후 러시아는 신속한 절차를 거쳐 21일 크림과 세바스토폴 특별시를 각각 러시아 연방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

러시아와 크림 정부는 병합 1주년을 맞아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서방 제재로 인한 경제 혼란의 와중에도 각종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벌일 계획이다.

크림 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에선 주민투표가 실시됐던 16일부터 병합을 위한 러시아 내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21일까지 엿새 동안 매일 기념 음악회를 개최한다. 러시아 흑해 함대 병사들의 사열과 반도 횡단 자동차 랠리 등도 예정돼 있다.

러시아 내 주요 도시들에서도 갖가지 기념행사가 펼쳐진다. 모스크바에선 병합 조약이 서명된 18일 크렘린궁 앞 바실리예프스키 언덕에서 '우리는 함께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집회와 기념 연주회가 열린다. 연주회에는 5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공화국 수장, 알렉세이 찰리 세바스토폴 특별시 의회 의장 등과 러시아 내 주요 정당 지도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크림 주민들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절대적으로 크림의 러시아 귀속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에 따르면 독일 전문가들이 최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의 크림 주민들이 러시아로의 귀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러시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브치옴(VTSIOM)이 지난달 중순 크림 주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91%의 응답자가 병합에 긍정적 평가를 했다.

크림이 러시아 연방의 일원이 되면서 경제 사정이 좋아지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됐다는 견해가 반영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자국 땅이었던 크림을 되찾은 러시아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새로운 연방 구성원을 러시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크림 개발을 위해 6천800억 루블(약 12조5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러시아로 귀속된 뒤 크림 주민들이 오히려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있다. 연금이 2배 가까이 오르고 월급도 상당 정도 올랐지만 서방 제재로 인한 러시아 통화 루블화 가치 폭락과 물가 상승으로 주민들이 기대했던 경제적 혜택이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주로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식료품 가격이 50% 가까이 뛰었고 전체 인플레율도 38%에 이르렀다. 서방 제재로 비자, 마스터카드 등의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능해져 현금만 쓸 수 있게 됐다.

친러 크림 정부의 대대적 국유화 조치로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년여 동안 크림 정부는 에너지 기업, 은행, 이동통신 회사, 호텔, 조선소, 제빵 회사, 주유소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국유화를 실시했다. 친서방 우크라이나 정부와 올리가르흐(신흥재벌) 간 부당 거래로 빼앗겼던 크림 주민의 재산을 되찾아온다는 명분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년 동안 크림에서 이뤄진 국유화 조치가 1917년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취해진 국유화 조치 이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에서 이뤄진 국유화 조치가 약 4천 건에 이르며 토지 시가로만 최소 10억 달러(약 1조1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도로·철도 등 교통 인프라, 부두, 군사기지 등을 모두 합하면 약 3조 달러 어치의 민간 자산이 국유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의 자유주의 성향 정당 '야블로코'의 세르게이 미트로힌 당수는 "푸틴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크림 정부가 크림 내 개인 자산을 빼앗아 자신들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정부가 약속한 크림 개발 프로그램도 서방 제재와 국제 저유가로 인한 경제 위기의 와중에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크림 정부의 강력한 사회 통제로 언론 및 집회의 자유가 심하게 제한되고 반정부 성향의 크림 타타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침해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에 대한 서방의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여러차례의 대러 제재로 크림 병합을 단죄한 유럽연합(EU)과 미국은 16일 또다시 비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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