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미디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외국서 통하는 옹알스 매력요?"…멜버른 가는 옹알스
2007년 KBS '개콘' 코너로 출발…'코미디 한류' 선봉
"한국 코미디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개그맨 넷이 나란히 앉았는데 웃음이 크게 터져 나오지 않는다.
자신들도 "마이크만 잡으면 말을 잘하지 못한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마이크를 내려놓고선 잠시 쭈뼛대던 이들이 브레이크댄스와 비트박스, 마술, 저글링을 각각 선보이는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온다.
말이 아닌 몸으로 승부를 거는 이들은 바로 논버벌 퍼포먼스 그룹인 옹알스다.
조수원과 채경선, 조준우, 최기섭 등 기존 멤버 4명에 하박과 이경섭, 최진영, 김국진까지 합류해 총 8명이 활동한다.
지난 2007년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한 코너로 출발한 옹알스는 대사 없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결합해 옹알이를 하는 코흘리개 아이들의 시선으로 코미디를 펼친다.
몸이 불편한 친구들이 '개콘' 봉사활동 공연을 보던 중 옹알스에만 유독 웃는 모습에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조준우)라는 생각에 옹알스는 용감하게 물을 건넜다.
지난 수년간 국제 유수 축제에 참가하면서 코미디 한류의 선봉에 선 옹알스는 오는 25일 세계 3대 코미디 페스티벌인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 참가를 앞두고 있다.
옹알스는 이미 작년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멜버른 초청을 받았다. 올해는 러닝 개런티를 받기로 주최 측과 일종의 사업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작년과 그 무게가 다르다.
멜버른행을 앞두고 심기일전 중인 옹알스를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에서 만났다.
활동 초기를 곱씹던 조수원은 "외국에서 '한국에 코미디가 있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면서 "한국 코미디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채경선은 "'한국에서나 잘 하지' 하는 식으로 조롱하는 목소리도 국내에 많았다"면서 "한국 코미디를 보란 듯이 외국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했다"고 밝혔다.
일본과 중국 등 가까운 지역뿐 아니라 영국, 두바이, 스페인, 브라질까지 지구를 누비며 웃음을 전파 중인 옹알스의 강점은 무엇일까.
최기섭은 "외국에서도 통하는 매력은 누가 봐도 좋다는 것"이라면서 "외국은 성인용, 아동용 코미디가 나누어지는데 옹알스는 온 가족이 본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준우는 "옹알스가 다른 논버벌 퍼포먼스 그룹과 가장 다른 점은 연출과 배우가 나눠져 있지 않다는 점"이라면서 "우리는 직접 연출하고 무대에 올라가 연기한다"고 강조했다.
옹알스는 각자 다양한 기술을 100% 무대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연마해야 하기에 말 그대로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다.
곳곳을 다니면서 현지 문화에 맞게 퍼포먼스를 조금씩 손보는 것도 이들이 공을 들이는 부분 중 하나다.
가령 영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성적인 부분을 약간 가미하면 관객이 더 좋아하는데 두바이에서는 조금이라도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추방당할 위험이 있다고.
거침없이 활동 무대를 넓히는 이들에게도 국내 인지도가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 점은 고민거리다.
채경선은 "활동은 열심히 하지만 많이들 잘 모르고, 여전히 옹알스가 무엇이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큰 소득원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부분도 여전히 숙제다.
기수 문화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개그계이지만 옹알스에서는 선배라고 더 챙겨가는 것 없이 정확히 소득을 8등분한다고.
멤버가 배로 늘었지만 벌어들이는 것은 큰 변화가 없어서 어렵다는 게 멤버들의 설명이다.
그래도 "돈이 없어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는 게 8명의 생각"(최기섭), "오히려 돈 벌었으면 싸우고 이 자리에 없었을 것"(채경선)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옹알스는 이날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선배 개그맨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해외 진출을 격려해 준 데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조준우는 "전유성, 조혜련, 김혜영, 송은이, 박수홍 등 많은 선배들이 밥 한 끼라도 먹으라면서 돈을 보태주셨다"고 설명했다.
"옹알스가 훗날 무대에 서지 못하는 날이 올 수 있잖아요. 옹알스가 조금이라도 길을 미리 닦아둔 덕에 우리 개그맨들이 전세계 무대로 나아갔을 때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조수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