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팔아놓고 보이스피싱 조직보다 먼저 돈 빼내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 혜화경찰서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할 대포 통장을 사기 조직에 넘긴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염모(37)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염씨 등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의 통장과 체크카드를 대포통장으로 건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조직은 염씨 등의 통장을 이용,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한 달간 피해자 15명을 상대로 5천700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염씨 등은 주로 보이스피싱 조직이 인터넷 구인 카페나 중고 거래 사이트 등지에서 '통장과 체크카드를 만들어 보내주면 게임머니 환전용으로 사용하고 매일 15만 원씩 주겠다'거나 '국내 취업 외국인의 급여 통장으로 사용하고 월 100만 원을 주겠다'는 내용의 글을 보고 통장을 넘겼다.
이들 중에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쉽게 돈을 벌 생각에 통장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매일 15만 원' 혹은 '월 100만 원' 등의 대가 지급 약속과 달리,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들에게 단 한 푼도 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등친 황당한 일도 일어났다.
김모(20)씨는 지난 1월 23일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장을 제공하고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계좌 입출금 명세가 전송되는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5일 피해자가 이 통장으로 600만 원을 입금했다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보이스피싱 조직보다 한발 앞서 돈을 찾아 빼돌렸다.
경찰은 "김씨는 애초 약속과는 달리 통장 양도 대가가 입금되지 않자 이 같은 일을 벌였다"며 "불법적인 돈이라 조직이 경찰에 신고할 수 없으리라고 여겼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밖에도 이 대포통장들을 인출책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던 중국동포 박모(30)씨도 함께 검거해 구속했다.
경찰은 "통장 등을 대가성 없이 양도해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통장이나 개인정보를 넘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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