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둥이'네 은수저가 첫 의뢰품"…20년 맞은 '진품명품'

편집부 / 2015-03-11 06:00:17
1995년 첫방송, 5월 1천회 돌파…조선 풍속화 '석천한유도' 15억원 최고가

"'삼둥이'네 은수저가 첫 의뢰품"…20년 맞은 '진품명품'

1995년 첫방송, 5월 1천회 돌파…조선 풍속화 '석천한유도' 15억원 최고가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국내 최초 고미술 감정 TV 프로그램인 KBS 1TV 'TV쇼 진품명품'이 굵은 획을 하나 그었다.

지난 1995년 3월 5일 처음 전파를 탄 'TV쇼 진품명품'은 올해로 만 20주년을 맞았다.

오는 5월 24일에는 방송 1천 회의 기록을 세울 예정이다.

문화재 가치를 무조건 돈으로 환산해 평가하는 폐단을 낳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옛것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문화재 감정의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것은 다수가 동의하는 바다.

한 프로그램이 20년을 끌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갈채를 받을 만하다.



◇ '진품명품' 자체가 브랜드이고 역사

1995년 KBS 2TV '퀴즈쇼 진품명품'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프로그램의 뼈대는 지난 20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소장한 골동품들의 가치와 가격을 스튜디오에 모인 감정위원들과 연예인들이 함께 따져보는 형식이다.

프로그램은 초기에는 일본 지상파채널인 TV도쿄의 '운수대통! 무엇이든 감정단'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골동품을 헐값에 사들이던 상인들이 제작진에 항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제는 시간의 더께를 뒤집어쓰고 잠자던 우리 옛것의 매력뿐 아니라 당대 역사까지 다시금 알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뿌리내렸다. '진품명품'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집안 대대로 내려왔다는 귀중품이 위조품으로, 겉모양은 볼품없는 물건이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보물로 드러날 때의 반전도 시청자들에게 은근한 재미를 준다.

프로그램을 즐겨보다 보면 미술품을 보는 나름의 안목도 생긴다.



제작진과 감정 위원들이 전국 각지를 찾아 주민들 물건을 평가하는 코너인 출장감정은 '우리 집 어딘가에도 가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이렇게 쌓아온 탄탄한 마니아층 덕분에 예능에도 밀리지 않는다.

지난 8일 방송된 989회 'TV쇼 진품명품'은 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경쟁 프로그램 시청률을 따져보면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포장한 MBC TV의 장수 예능인 '신비한TV 서프라이즈'는 7.1%, 아이돌 톱스타들이 떼를 지어 출연하는 KBS 2TV '출발드림팀2'는 5%, SBS TV '스타주니어쇼 붕어빵'는 4.7%로 집계됐다.

◇ 20년간 7천여점 감정…최고가 15억원

11일 'TV쇼 진품명품' 제작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스튜디오 감정과 출장 감정을 통해 약 7천 점에 달하는 물건들이 소개됐다.

1995년 3월 5일 1회에 소개된 의뢰품은 선풍기, 암모나이트 화석, 소반 등이었다.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는 '삼둥이'의 할머니인 김을동 현 국회의원이 들고 나온 할아버지 김좌진 장군의 은수저도 그 중 하나였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초반에는 토기, 화석, 수석, 오래된 토스터 등 각종 물건이 등장했다면 이제는 서화, 그림 등 좀 더 고미술품으로 옮겨왔다.

출장 감정까지 합하면 매주 100~200점의 물건이 의뢰된다. 가장 흔한 종류가 마패와 도자기, 문서류 등이다.

제작진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뢰받는 마패의 99% 정도가 진품이 아니었다는 게 아쉽다"면서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진 것들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역대 감정 최고가는 조선시대 무신 석천 전일상의 일상을 담은 풍속화인 석천한유도(2011년 7월 814회 방송)다.

1748년작인 그림의 감정가는 15억 원이다. 그림은 조선 사대부의 멋과 당시 풍습을 알 수 있어 국립중앙박물관에 특별 전시되기도 했다.

역대 2위인 감정가 12억 원의 주인공은 상감기법 전성기에 제작된 청자 장구인 청자역상감모란문장구(2004년 6월 467회 방송)다.

추사 김정희의 그림인 불기심란, 조선후기 화원 이명기의 대작인 열녀 서씨 포죽도, 우리나라 최초 법전인 조선경국전이 감정가 10억원으로 함께 3위를 차지했다.

1910년 3월 뤼순 감옥에서 사형집행을 앞둔 안중근 의사가 남긴 글씨인 '경천'(敬天)도 큰 화제를 모았던 의뢰품 중 하나다.



◇ 진품명품의 빛과 그림자

'TV쇼 진품명품'은 2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오면서 다양한 논란과 부침을 겪었다.

초기에는 옛 물건의 가치를 돈으로 매긴다는 데 곱지 않은 시선들이 학계를 중심으로 있었다.

방송 3년째를 맞은 1997년 한국고고학회가 KBS측에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면서 "문화재를 돈으로 환산, 그 의미를 왜곡하며 나아가 일반인 도굴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초기 도자기류 감정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만 둔 고미술상 대표가 도굴 유물을 유통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던 것으로 언론 보도에 나온다.

감정가 책정이나 진위 판정을 둘러싼 잡음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03년에는 감정위원들이 보물로 지정된 고려 매병과 비슷한 도자기를 감정가 7억 원짜리로 판정했다가 뒤늦게 가짜로 감정을 번복하기도 했다.

2005년 오지호 화백의 진품으로 판정된 스케치 담채화 '어동복'의 진위를 둘러싸고 유족과 감정위원을 중심으로 논쟁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13년 10월에는 진행자인 윤인구 아나운서 교체를 둘러싸고 제작진과 사측이 충돌하면서 녹화가 파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는 일도 있었다.

'TV쇼 진품명품'은 임성훈, 왕종근, 이창호, 윤인구, 김동우 아나운서에 이어 지금의 이재홍 아나운서에 이르기까지 6명의 남자 MC가 진행해 왔다.

이 중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왕종근은 10년간 진행하며 지금까지도 사실상 프로그램의 얼굴로 각인됐다. KBS는 지난 2009년 경제 불황에 따른 MC의 내부 인력 교체 일환으로 왕종근을 하차시키고 윤인구 아나운서를 진행자로 내세웠다.





많은 교양 프로그램들과 달리 'TV쇼 진품명품' 홈페이지에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꾸준히 올라올 정도로 마니아들이 많다.

그러나 같은 프로그램 포맷을 너무 오랫동안 고집해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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