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외교 부담 증대…美와 협의시 외교적 입지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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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한 공격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 참석했다가 괴한의 공격을 받고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
사상 초유의 미국대사 피습…한미관계 악영향 우려(종합)
미국 내 對韓 여론 악화 가능성…양국, '단발사건'으로 규정
대미외교 부담 증대…美와 협의시 외교적 입지 약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강병철 기자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에서 흉기 공격을 받아 부상한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번 일이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의 수도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반대하는 인사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는 점은 사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을 상징하는 자국 대사가 한국에서 피습을 받았다는 사실이 미국의 일반 국민에게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미국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 반한 감정까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도 긴장을 감추지 않으면서 한미동맹에 미칠 파장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 한 명의 위해에 대해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나라가 미국"이라며 "미국 대사는 일종의 미국 자체이기 때문에 대사를 공격했다면 미국을 공격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미국)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주류에 속하겠지만, 일부에서는 혐한 감정으로 증폭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유감을 표명하고 관계부처 차관 회의가 긴급 소집되는 등 우리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이런 차원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한미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사건 발생 직후 워싱턴과 서울의 각 급 외교채널을 모두 가동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일단 한미 양국은 이번 일을 한미 동맹 관계와는 별개의 '단발사건(isolated incident)'으로 규정하고 동맹에 부정적 영향이 안되록 긴밀히 협력하자는 입장을 확인한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피습 사건이 한미 동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기대이다.
실제 지난 2007년 버지니아공과대학에서 한국계 학생의 총기 난사로 32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을 때에도 국내 일각의 우려와 달리 한미관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한미동맹이 이번 사건으로 흔들리거나 손상될 만큼 허약한 관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 본인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원에 감사하며 가능한 한 빨리 한미 동맹을 진전시키는데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한미 관계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원장은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한미관계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피습 사건으로 앞으로 한미간 주요 사안에 대한 협의에서 우리가 미국의 입장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건으로 외교적 부담이 생기면서 우리 정부가 외교현안에 대한 대미 레버리지(지렛대)를 상실해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얘기다.
반대로 워싱턴에서 외교 공세를 펼치는 일본의 외교적 입지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워싱턴에서 일본과의 외교대결에 있어 한국이 불리해졌다"면서 "한동안은 이번 사건의 파장을 진정시키는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고 있다는 논리를 펴면서 사실상 '한미관계 흠집 내기'를 시도해온 일본이 이번 사건을 대미 외교의 소재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일본이 공세적 로비 외교를 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우방이자 동맹국인 미국을 상대로 각고의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해서 안타깝다"면서 "이번 사건은 이번 사건 자체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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