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불안 속 '이란 시아파 벨트' 확장일로

편집부 / 2015-03-05 17:18:23
걸프국가, 이란 핵협상 경계심 높아져


중동 정세불안 속 '이란 시아파 벨트' 확장일로

걸프국가, 이란 핵협상 경계심 높아져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시아파 반군 후티의 쿠데타로 예멘에서 시아파 정권 수립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란의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작년 9월 말 이란 보수파 의원 알리 레자 자카니는 "아랍의 수도 3곳에 이어 이제 예멘 사나가 이란의 이슬람 혁명에 동참하는 네번째 수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말한 수도 3곳은 이라크 바그다드, 시리아 다마스쿠스, 레바논 베이루트로 지도상 모양을 따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 또는 '이란 벨트'로 불린다.

이때만 해도 후티가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한 직후였지만 이들이 쿠데타까지 벌일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결국 불과 5개월 뒤인 지난달 6일 후티가 쿠데타로 현직 대통령을 남부 아덴으로 몰아내고 사실상 정권을 손에 넣으면서 자카니의 예상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후티가 정권의 전면에 나서자 이들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은 이란의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이달 1일 사나로 구호 이력과 물품을 실은 직항편을 띄웠고 사나와 테헤란간 주 14회 항공편을 운항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으면서 후티를 공식 정부로 인정했다.

이는 후티를 불법 쿠데타 세력으로 규정, 사나의 대사관을 폐쇄하고 아덴으로 옮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다른 걸프 국가와 대조된다.

걸프 국가가 예멘 사태에 예민한 이유는 이웃 국가의 정정 불안이 아니고 결국 시아파 초승달이 걸프 반도까지 확장해 '반달'로 커지는 상황이다.

사우디가 2011년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 때 이례적으로 군대를 급파해 유혈 진압한 것도 시위의 중심인 시아파 세력에서 바레인의 수니파 왕정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바레인은 수니파에 권력이 있지만 국민의 과반이 시아파인 불안한 가분수 구조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사태도 이라크에 대한 이란의 입지를 넓히는 결과를 낳았다.

이라크가 이란 벨트로 편입하게 된 계기는 역설적으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다. 한때 친미 수니파 권력자였던 사담 후세인 축출의 반동으로 시아파 정권이 수립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라크 시아파 정권의 핵심인물 상당수는 후세인 정권 때 시아파 박해를 피해 이란에서 망명생활을 한 탓에 친이란 성향이다.

이런 정치적 배경에서 IS사태가 터지면서 미국의 지원이 공습에 그치고 지상군 파병에 선을 긋는 가운데 승패가 갈리는 지상전은 이란의 차지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부대의 사령관 카심 솔레이마니다. 그는 이란에서 '그림자 속 권력자'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군부의 핵심인물로 통한다.

그는 지난해 9월 이라크 북부 아메를리 전투 현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공교롭게 승리하는 지상 전투마다 시아파 민병대 전투원들과 전장에서 격의없이 어울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라크 정부가 미국을 배제하고 최대규모로 나선 이번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서도 솔레이마니는 하시드 사비(시아파 민병대)를 이끌고 직접 명령을 내렸다.

중동의 불안 속에 이란의 존재감이 커지자 인근 수니파 걸프 왕정국가는 막바지 단계인 이란 핵협상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

UAE의 정치평론가 압둘 칼리크 압둘라 박사는 "2003년 이후 계속된 이란의 확장을 막지 않는다면 걸프지역까지 영향력을 뻗치게 될 것"이라며 "특히 핵협상은 미국이 이란에 주는 '축복'"이라고 우려했다.

서방과 핵협상에 반대하는 이란 내부 보수파 역시 이란의 '정치적 영토'를 확장하는 데 핵협상이 도움된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타결을 묵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을 불신하는 이들은 핵협상 타결이 결국 이란의 핵무장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5일 핵협상과 관련해 걸프지역 외무장관들과 만나러 사우디로 향한 배경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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