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은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란 조언 가장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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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린 여제' 무터와 '수양딸' 최예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지난달 2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바이올린의 여제(女帝)' 안네-조피 무터(51·왼쪽)과 한국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27·오른쪽). |
<인터뷰> '바이올린 여제' 무터와 '수양딸' 최예은
무터 "봉우리에 올라가면 새 산맥이 보인다"며 넓은 안목 강조
최예은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란 조언 가장 기억"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바이올린의 여제(女帝)'로 세계 음악계에 군림하는 안네-조피 무터(51)는 10년 전부터 한국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27)의 멘토 겸 후원자 역할을 해 왔다.
최예은을 배려하는 무터의 마음은 각별하다.
원래 무터는 지난 2월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나흘 연속으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SFS)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약간 변경되자 마지막 날 자신을 대신할 바이올리니스트로 최예은을 SFS에 추천했다.
무터의 추천을 SFS가 받아들인 덕택에 최예은은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지휘하는 SFS와 이 곡을 연주하는 기회를 잡았고, 연주가 끝난 후 기립박수를 받았다.
최예은의 SFS 데뷔 전날인 지난달 28일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호텔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단독으로 만난 무터와 최예은은 사제(師弟)라기 보다 모녀(母女)지간에 가까웠다.
무터는 "예은이는 내게 거의 양녀가 됐다"며 "예은이는 인간으로서도, 음악가로서도 훌륭해서,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예은의 경력이 "약간 느리게, 하지만 확실하게 가고 있다"며 이는 이름을 세우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연주회를 할 때마다 예은이에게는 여러 개의 문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가의 인생은 길고, 20대 초반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는 게 무터의 조언이다.
무터는 "만약 당신이 당신의 목표들 모두를 이뤘다면, 아마도 목표 설정을 지나치게 낮게 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말을 인용하며 "봉우리에 올라가면 새로운 산맥이 보이고, 그러면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진다"며 인생을 보는 안목을 넓히라고 최예은에게 조언했다.
무터는 나이가 들고 자리를 잡으면 그동안 받은 것을 사회와 젊은 세대에 되돌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예은과 같은 젊은 음악가들을 후원해 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최예은의 뚜렷한 개성에 감명을 많이 받았다며 "맞는 음표를 연주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음표들 사이에 뭐가 있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한데 예은이는 그런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하고, 최예은이 이런 능력을 더 기르고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최예은은 "무터 선생님이야말로 정말 제가 인간으로서나 음악가로서나 이상으로 여기는 분"이라며 스승에게 큰 감명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터가 해 준 여러 조언 중 "연습을 너무 많이 하지 마라"는 충고와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꼽았다.
'연습은 1시간 적게 하고 책을 1시간 더 읽으라'는 브람스의 말대로, 음악은 살아 있는 몸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인생을 한껏 충만하게 살고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이다.
"만약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면 어떤 물건을 들고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무터는 자신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최예은은 무터가 자신을 위해 사 준 '브누아 롤랑'(Benoit Rolland) 활을 각각 들었다.
◇ 안네 조피-무터 = 세계 바이올린계의 여제(女帝)로 꼽히는 인물이다. 13세 소녀이던 1976년 루체른 축제 무대에서 독주자로 데뷔했으며, 그의 연주를 듣고 감명을 받은 헤르베르트 폰 카랴얀 당시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는 1977년 잘츠부르크 축제에 무터를 초청해 자신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과의 협연 무대를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세계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세계 정상의 위치에서 꾸준히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젊은 음악가들을 후원하기 위한 '안네-조피 무터 재단'을 1997년 설립해 많은 음악가를 키워 냈으며, 이 재단의 전·현직 장학생들이 모인 '무터 비르투오지'와 연주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 최예은 = 세계 무대에서 차세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명으로 꼽힌다. 어린 시절 금호 영재콘서트 독주회 이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꾸준한 후원을 받아 왔으며, 2005년 안네-조피 무터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정돼 독일 뮌헨으로 이사해 공부했다. 2007년 미국 교향악단 연맹이 선정하는 '떠오르는 별'로 선정됐고, 2013년에는 유럽문화재단 신인상을 받았다. 앨런 길버트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과 2009년 협연해 뉴욕에데뷔하는 등 전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연주를 하고 있다. 무터와 무터 비르투오지와도 종종 연주여행을 다닌다. 2013년에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멘델스존, 슈베르트, 프로코피에프의 소나타가 담긴 첫 앨범을 냈다.
(※편집자주: 인터뷰 전문은 연합뉴스 홈페이지(www.yonhapnews.co.kr)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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