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법원, 3개월째 단식 우크라 조종사 석방요청 거부
(모스크바 AP=연합뉴스) 러시아 법원은 4일(현지시간) 자국 교도소에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단식 중인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를 석방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억류 중인 나데즈다 사브첸코(33·여)의 건강상태가 최근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 유럽연합도 러시아 측에 석방을 요구해 왔다.
사브첸코는 우크라이나 반군의 박격포 공격을 유도해 러시아 기자 2명을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6월부터 러시아 측에 억류됐다. 그 때 사브첸코는 소속 부대에 휴가를 내고 우크라이나 동부 아이다르 연대에 참여하고 있었다.
체포 당시 상황은 분명하지 않다. 러시아 측 조사위원회는 사브첸코가 피란민을 가장해 불법 월경했다고 주장했으나 사브첸코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분리주의자들에게 붙잡혀 러시아 측에 넘겨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드문 여성 조종사로서 '영웅' 칭송을 받고 있는 사브첸코는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 의원으로 선출돼 유럽의 대표적 인권기구인 '의회유럽위원회'(PACE) 대표로 임명됐다. 이번 석방 요구도 PACE 회의 참석을 위한 것이었다.
이에 앞서 앤 브라세 PACE 위원장은 지난 3일 "사브첸코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점차 소진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그의 건강상태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그의 건강상태가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면서 위중해질 경우 민간 병원으로 이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브첸코가 지난 4일 법원에 출두했을 때도 표정은 침울했지만 신체가 장애를 겪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최근 웹사이트 '오픈 러시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단백질과 젖당 복합영양제를 복용하고 있다며 "오직 나의 뇌가 마지막까지 정상적으로 기능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사브첸코 건은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러시아-서방 관계에서도 뜨거운 이슈이다. 우크라이나는 그녀를 전쟁포로로 간주해 평화협상 중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포로교환 대상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사프첸코 석방을 요구했고 페크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별도로 서한까지 보냈지만 러시아 측에서는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 측은 사브첸코가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그녀를 계속 억류함으로써 '러시아 기자를 살해한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반복 비난할 수 있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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