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 조합장, 권력자냐 일꾼이냐
높은 연봉과 막강한 권한 '기관장급'…"조합원 위한 일꾼 뽑아야"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협동 조직을 살리고 조합원의 권익 향상을 위한 일꾼이 필요합니다."
오는 11일 전국 1천326곳에서 실시하는 제1회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인 조합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 조합장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보통 '조합장'이라면 최고 1억 원이 넘는 연봉, 연봉에 맞먹는 업무 추진비, 인사권, 사업권 등 막강한 권한을 먼저 떠올린다.
조합장들은 한마디로 해당 지역 내에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자로 불린다.
이 자리를 차지하려고 선거일 훨씬 전부터 일부 후보들이 돈 봉투를 뿌리는 등 형사처벌 '위험'도 불사하며 당선에 혈안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171곳에서 조합장을 뽑는 경남지역에서는 조합 규모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소 5천600만 원에서 최대 1억 1천만 원까지 연봉을 받는다.
여기에다 업무 추진비는 연봉과 맞먹는다.
각종 명목의 업무 추진비는 중앙회조차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지원비로 규모가 큰 조합은 수십억 원을 조합장이 떡 주무르듯 한다.
조합 내 모든 인사권을 좌지우지해 직원들은 쩔쩔맨다.
중앙회로부터 지원받는 연간 수억 원이 넘는 사업비 지출 때도 조합장이 전권을 행사한다.
일부에선 농산물 유통이나 판매사업 과정에서 '뒷돈'을 챙기기도 한다.
중앙회도 전국 조합장의 눈치를 본다.
중앙회 회장 선거권을 조합장 중에서 선출한 중앙회 대의원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회에서 이들 조합장들을 '특별히' 모실 수밖에 없다.
농민단체에서는 이 점이 중앙회와 조합장 간 끊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이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하원오 의장은 "진정 농민을 위한 농협이 되기 위해서는 중앙회장 선거부터 조합원 직선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장이 지역 내 조합원들 표로 당선한 만큼 또다른 선거직인 지방자치 단체장들과 공생 관계로 엮여 있다.
해당 지자체장과 직·간접적인 지원을 주고받으며 지역 내 권력자 행세를 하는 것이다.
일부 농촌지역 조합장은 자연스럽게 기관장이나 유지(有志) 대우를 받는다.
지역 내 한 도의원은 "같은 협동조직인 조합장과 등지면 바로 낙선할 수 있어 이래저래 눈치를 살핀다"고 말했다.
지자체 일부 의원 중에서는 "솔직히 의원보다 훨씬 더 낫다"며 조합장 선거로 방향을 돌리기도 한다.
실제 이번 조합장 선거에는 지역 기초의원이나 퇴직 공직자 상당수가 후보로 등록했다.
조합장이 강력한 권한을 쥐고 있지만 감시·견제할 수 있는 기구는 총회(대의원회)와 이사회를 통한 의결이 고작이다.
내부 통제 수단으로 조합 자체 감사와 중앙회 감사가 있고, 외부 통제 수단으로 농식품부와 감사원 감사가 있지만 대부분 '사후 약방문' 수준이다.
물론 대다수 조합장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이중·삼중고를 겪는 농어민들의 권익과 농어촌 활성화를 위해 최일선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첫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일그러진 행태가 나타나면서 조합원들의 인식 전환은 물론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농민운동을 하다가 4년 전 조합장에 당선됐지만 이번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김순재 창원 동읍조합장은 무엇보다 조합의 주체인 조합원들의 강력한 감시와 견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김 씨는 다시 조합원 신분으로 돌아가 협동조직을 위해 일할 계획이다.
그는 "조합장 후보라면 협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책 한 권이라고 읽고 나와야 한다"며 "조합장이 권한만 보고 있으면 그 조합은 망한다"고 경고했다.
좋은 농협 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에 참여한 김미영 전국여성농민회연합 경남연합회장은 "이번 선거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본연의 역할을 다하려면 그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올바른 투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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