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주루 훈련·수행점수표…독특한 MLB 파이리츠
(브래든턴<미국 플로리다주>=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스프링캠프 훈련은 다른 구단과는 약간 다르게 진행된다.
야수들은 매일 다양한 방법으로 주루 훈련을 한다. 구단은 타자들이 타석에서 코치의 지시를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를 알려주는 점수표를 매일 공개한다.
타자들은 매일 스트레칭 후 다 함께 베이스 위에 모여 상황에 맞은 뜀박질을 연습한다.
하루는 세 명씩 조를 이뤄 베이스를 달리고, 또 하루는 한 명씩 릴레이로 베이스를 돈다.
주자로 나갔을 때 투수를 보고 1루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2명 또는 3명씩 조를 이뤄 코치의 구령에 맞춰 훈련한다.
강정호도 주루 훈련이 많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팀에 특출한 거포가 없는 현실상 주요 득점원으로 기동력을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주루에서의 실수를 줄이고,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과감한 주루로 득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피츠버그는 지난해 팀 도루 104개를 기록해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이 부문 4위를 달렸다.
팀 홈런 3위(156개), 팀 득점 4위(682점), 팀 장타율 3위(0.404) 등 여러 공격 지표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짜임새는 탄탄한 편이다.
다만, 강정호는 "'친정'인 넥센 히어로즈의 비교하면 피츠버그의 주루 훈련은 세밀한 느낌이 떨어진다"며 어느 상황에서건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정호는 '지략가' 염경엽 넥센 감독 밑에서 복잡한 상황별 주루 플레이를 이미 숙지해 이해도가 높다.
클럽하우스 벽에 26일부터 붙은 이른바 '수행평가표'도 관심거리다.
현지 구단 취재 기자들도 코치에게 묻고 나서야 이 표의 정체를 알았는데, 연습 타격 때 번트, 진루타 등 코치의 각종 지시를 타자들이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를 표기한 점수라고 한다.
강정호는 "프로야구 넥센 시절에 경험해보지 못한 연습"이라면서 첫날 고전했으나 이튿날 금세 분위기를 파악하고 높은 점수를 얻었다.
스포츠전문 매체 ESPN의 한 관계자는 "다른 구단에서는 볼 수 없는 피츠버그만의 독특한 훈련법"이라고 귀띔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운동장으로 나가는 길에 보라고 벽에 붙인 '해적의 신조'는 클린트 허들 감독과 구단의 야구 철학이기도 하다.
집중하고 늘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할 것과 끈기를 바탕으로 항상 시작 전보다 끝날 무렵 강해져 있을 것,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이타주의로 똘똘 뭉칠 것 등을 강조했다.
열정과 신뢰를 무기로 선수들의 잠재력을 하나로 묶는 데 탁월한 기질을 보인 허들 감독의 야구관이 담겨 있다.
27일(현지시간) 앞으로 영입할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목록을 만들고자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를 방문한 두산 베어스 운영팀의 엄홍 부장은 "선수들의 연봉은 적지만 피츠버그가 효율적인 투자로 좋은 성적을 내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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