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결합상품 방송 덤핑 구조 개선 해야"
20주년 케이블TV, 비약적 성장속에 모바일 시대 위기감도
1천만 돌파 IPTV 기세에 위축…UHD·클라우드·OTT로 재도약 모색
업계 "결합상품 방송 덤핑 구조 개선 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창욱 기자 = 케이블TV가 3월1일로 국내에서 출범한지 20주년을 맞아 어느덧 성년의 나이가 됐다.
1995년 3월1일 난시청 해소와 지역문화 창달을 기치로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연 케이블TV는 디지털방송 구현과 세계 첫 초고화질(UHD) 방송 개시 등 국내 방송산업의 기술 혁신을 이끌어온 유료방송 대표 주자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IPTV라는 경쟁 매체가 생기면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고 최근에는 각종 스트리밍 기술을 이용한 모바일 동영상·TV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들과도 전방위 경쟁에 놓이게 됐다.
케이블TV는 UHD, 클라우드 방송 등 방송 본연의 기술과 품질을 높이는 한편 N스크린에 기반을 둔 OTT(Over The Top)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방송 소비자들의 새로운 욕구에도 부응하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한국케이블TV협회는 오는 12일부터 2박3일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출범 2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케이블TV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 2009년 이후 가입자 감소세…1천만 돌파 IPTV와 경쟁 체제
케이블TV 업계는 IMF 구제금융 시기에 대규모 누적 적자가 발생하는 등 도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1999년 1월 종합유선 방송법 개정에 따라 복수케이블TV방송사업자(MSO)들이 잇따라 등장,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
MSO인 씨앤앰커뮤니케이션이 2004년 4월 국내 처음으로 양방향 디지털 방송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국내 디지털 케이블TV 시대를 열었고, 업계는 10주년을 앞둔 그해 말 총 가구수의 74.2%에 달하는 1천290만이라는 경이적인 가입자 달성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가입자 증가세는 이듬해인 2009년 1천529만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가입자수는 1천478만명으로 줄었다.
케이블TV 가입자수가 줄어들게 된 이면에는 2007년 국내 이동통신 3사가 IPTV 서비스에 뛰어든 것이 그 계기가 됐다. 그해 말 진통끝에 국회에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안'(IPTV법)이 통과되면서 유료방송 시장이 케이블TV 대 IPTV의 양강 구도로 나뉘는 서막을 알렸다.
케이블TV 업계는 IPTV 업계에 맞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가입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8년 디지털 가입자가 100만을 돌파하는 등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으나 IPTV 등장 이후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가 디지털 케이블로 전환하기 보다는 IPTV로 이동하는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디지털 가입자 비율은 62%에 그치다보니 주문형비디오(VOD), T커머스 등 양방향을 아펫운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에서 IPTV에 밀리는 형국이다.
반면, IPTV는 지난해 8월 가입자 1천만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케이블 전체 가입자가 IPTV 가입자수에 뒤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 첨단 기술·새로운 서비스로 재도약 시동
케이블TV 업계는 침체한 분위기를 일신하고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첨단 기술 개발과 새로운 서비스 도입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이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초고화질(UHD) 방송을 개시한 것을 필두로 업체들이 잇따라 UHD 방송을 선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클라우드 방송' 서비스를 출시, 화질과 속도 등 방송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데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방송 이용자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 기존의 티빙(CJ헬로비전)과 에브리온TV(현대HCN) 등 N스크린 동영상 서비스를 TV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OTT 동글 스틱을 내놓았다.
그러나 롱텀에볼루션(LTE) 이동통신망 확대에 힘입어 모바일 IPTV 이용자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케이블TV의 OTT 서비스가 모바일 방송 이용자들에게 차별적인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결합상품에 방송은 덤핑…제도적 개선 필요"
업계에서는 지난 20년간 유료 방송 시장을 이끌어왔다는 자긍심을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모바일 우선'(Mobile First) 시대를 맞아 경쟁에 밀려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분위기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통신 업체들의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지목한다. 방송 서비스가 이동통신 서비스에 묶여 월 1만원도 안 되는 헐값에 판매되고 있어 유료 방송 시장이 고사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최근 IPTV와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을 동시에 운영하는 KT 그룹을 견제하기 위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합산규제의 법제화를 위해 케이블TV 업계가 사활을 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결합상품에서 방송을 떼어내거나 적어도 방송 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할인율이 적용이 되지 않도록 하는 등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케이블TV 업계의 주문이다.
한 MSO 고위 관계자는 "방송 서비스가 지금처럼 통신 서비스의 부가 상품으로 전락해 있다면 PP(채널사용사업자)들에도 콘텐츠 제값 받기를 보장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방송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모바일로 모든 것이 녹아드는 상황에서 방송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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