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재일동포 마을 히가시쿠조 지도 제작 후원
재일동포 차별의 상징에서 다문화 공생의 모델로 부상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재일동포 집단 거주 지역인 일본 교토(京都)시 미나미(南)구의 히가시쿠조(東九條) 마을을 알리고 이곳 한인과 일본인을 돕기 위해 마을지도 제작을 후원했다.
히가시쿠조에 재일동포가 많이 모여 살게 된 것은 히가시야마(東山)터널과 가모가와(鴨川)의 제방 공사가 이어진 1920년대 이후. 광복 후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재일동포 사회가 형성됐다.
신칸센(新幹線) 건설에 따른 퇴거 조치 때문에 외국적 주민인 재일 조선인은 가모가와 둑에 거주할 수밖에 없었다. 1968년경 15∼19세 인구가 상당수에 이르렀지만 40년 후 55∼69세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보아 대부분 이 마을을 떠난 것으로 추측된다.
재일 조선인들에 대한 차별의 상징이자 격리의 공간이었던 이 마을을 알리고 되살리기 위해 주민들은 1993년 11월부터 다문화 공생을 위해 재일 조선인과 일본인 등이 어울리는 '히가시쿠조 마당 축제'를 열고 있다.
주민이 스스로 조직한 '히가시쿠조 에리아 매니지먼트'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자 축제를 여는 동시에 마을지도 제작에도 나섰다.
미나미구청의 보조금을 받아 직접 디자인을 했고, 이 소식을 접한 서 교수가 5천 부 인쇄 및 제작비 전액을 후원했다.
마을지도에는 히가시쿠조에서 재일동포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상점과 공공시설 등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특히 다문화 공생이라는 마을 주제에 맞게 일본인들의 상점도 함께 실었다. 지도는 한국어·일어·중국어·영어 등 4개국어로 제작됐다.
서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일본의 주요 도시 20여 곳을 직접 다니며 어렵게 사는 재일동포들의 실상을 알 수 있었다"며 "재일동포 마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2년 전 '히가시쿠조'를 소개받았고, 그 지역 어르신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서 가장 필요로 하는 지도 제작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와 함께 후원에 나선 일본 지역문화교류지원기구 프레임아웃자팡의 김응주 부대표는 "매년 11월에는 '히가시쿠조 마당 축제'가 열리는데 재일동포와 인근 일본인이 '다문화 공생'이라는 주제로 어우러지는 것을 보고 다국어 마을지도가 이 마을에 큰 활력소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마을지도는 야나기하라 은행기념 자료관과 지도에 표시된 각 점포에 비치돼 무료로 배포된다.
서 교수는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교토 히가시쿠조 마을을 시작으로 일본 내 다른 주요 도시의 재일동포 마을에도 지도 제작을 후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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