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남부 독자정부 수립 임박…내전 위기 고조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시아파 반군 후티의 쿠데타 이후 예멘 남부 아덴을 임시 수도로 하는 독자정부 수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21일 수도 사나에서 쫓겨나 아덴으로 옮긴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이 남부 분리주의 세력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세력을 규합하는 행보를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디 대통령이 아덴에 독자적인 정부를 수립하게 되면 1994년 남부 분리주의파의 봉기로 일어난 남북 내전 이후 예멘은 21년 만에 또 내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북부 중심의 정권에 남부가 패퇴했던 당시와 달리 후티의 전력이 남부를 압도할 만큼 우월하지 않은데다 하디 대통령을 유엔과 인근 걸프국가가 지원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재분단 상태가 꽤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하디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후티가 사나의 사저를 무력으로 포위하는 등 압박을 가하자 사흘 뒤 전격으로 사퇴를 선언했다.
이후 한 달간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가 풀려난 하디 대통령은 이달 21일 사나에 도착하자마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반전했다.
정국 혼란에 역부족인 '비운의' 정치인으로 평가받던 그는 후티를 불법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붙이더니 사퇴 선언을 번복하면서 대통령직 수행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하디 대통령은 22일 아덴, 라흐즈, 알달리, 아브얀, 소코트라 등 남부 지역 주지사와 만나 같은 의사를 전달하면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23일 후티에 반대하는 정서가 우세한 타이즈, 입브, 마리브, 샤브와, 알마하라, 하드라마우트 등 남부와 동부의 주지사와 아덴에서 회동했다.
그는 이날 회동에서 쿠데타로 해체된 자신의 정부가 여전히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합법적인 정권이라고 강조하며, 사나가 아닌 중립적인 장소에서 평화적 정권이양을 위한 범국민대화위원회(NDC)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하디 대통령이 24일 후티와 내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에 충성하는 아덴의 정보, 경찰 최고책임자를 교체했다.
아울러 국방부 장관에게 전군 지휘부를 사나에서 아덴으로 옮길 것을 명령했다.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민중저항위원회(PRC)라는 준군사 조직을 구성해, 소규모지만 정부 보안군과 전투를 시작했다.
하디 대통령의 독자 행보에 후티는 24일 국영통신사 Saba를 통해 "정당성을 잃은 하디의 수상한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며 "하디의 경솔한 행동은 예멘 국민에 해가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후티는 공무원과 해외 주재 외교관에게도 하디 대통령 편에 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후티의 뜻과 다르게 하디 대통령의 망명정부 수립 작업은 중동의 맹주이자 예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6일 예멘 주재 대사관을 아덴으로 옮기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예멘 정치평론가 타비트 후세인은 AFP통신에 "하디 대통령이 아덴으로 와 지지세력이 규합되면서 예멘의 정치·외교적 중심은 아덴으로 옮겨졌다"며 "아덴은 매우 중요한 곳이 됐다"고 말했다.
중부 마리브 주(州)의 수니파 부족 지도자들은 이미 하디 대통령에게 아덴을 임시 수도로 선포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마리브 주는 풍부한 원유·천연가스 때문에 후티가 탐내는 곳이다.
예상되는 예멘 내전의 성격은 복합적이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적 충돌, 남부와 북부의 축적된 지역적 갈등, 후티에 호의적인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이라는 의미가 뒤섞인 탓이다.
여기에 예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개입은 사태를 예측 불가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
AQAP는 중부와 남부 수니파 부족과 연계됐다.
미국이 내전 과정에서 AQAP를 공격하면 오히려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후티를 도와주는 결과를 낳고 만다.
4년째 해답없는 '제2의 시리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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