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집안 흡연 논란…"냄새 이유 세입자 퇴거 부당"
연방대법원, 주법원 판결 뒤집어…"합의로 문제 풀어야"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담배 냄새를 이유로 사전 고지 등 정당한 절차 없이 세입자를 퇴거시킬 수는 없다는 독일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연방대법원은 18일(현지시간) 연금 생활자인 프리드헬름 아돌프스(76) 씨가 집주인의 퇴거 요청과 관계없이 임차 주택에 머물러도 된다고 판결했다.
작년 6월 뒤셀도르프에 있는 주 법원은 집주인의 즉각 퇴거 요청에 대한 아돌프스 씨의 반발 소송에서 연말(2014년 말)까지 임차 주택을 비우라고 판결한 바 있다.
주 법원 재판부는 당시 흡연 자체는 강제 퇴거 사유가 안 되지만, 그가 집안 환기를 시키지 않아 담배 연기가 문을 통해 다른 집으로 퍼져 나가게 했고 재떨이를 제때 비우지 않아 악취를 가중했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다.
주 법원은 집주인이 2012년 이후 여러 차례 구두로 적절하게 조치하라고 경고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연방대법원은 그러나 주 법원이 현장 방문과 목격자 진술 파악 등 충분한 조사 없이 판결했다며 사건을 돌려보내고, 당사자들에게 법적 다툼을 끝내고 합의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권고했다.
하루 15개비를 피는 60년 흡연 이력의 아돌프스 씨는 그간 언론 인터뷰에서 "그럼 앞으로 냄새를 이유로 집에서 고기도 못 먹게 하겠다는 것이냐"라고 항의하며 주택 내 흡연권을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그는 애연가들의 큰 지지를 받으며 줄담배로 유명한 헬무트 슈미트(96) 전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잘 알려진 흡연자가 됐다.
하지만, 그는 이번 판결 후 "절반의 승리"라고 말했다. 연방대법원이 냄새 등 본질적 사유가 아니라, 판단 근거 미흡 등 부가적 이유를 근거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은 다른 유럽국들에 비해 흡연에 관대한 독일 내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거리 흡연권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주택 내 흡연권 향방을 가르는 시금석 같은 판단이 나올 것이라는 점에서였다. 다만, 일반적으로 독일에선 아직도 야외 흡연이 상당히 자유롭고 거리에 버리진 담배꽁초도 쉽게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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