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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스웨스턴대학을 상대로 4천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앨스토리 사이먼(AP=연합뉴스) |
'탐사보도' 명성 미 노스웨스턴대, 450억 손배소 당해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에서 탐사보도 저널리즘으로 유명한 노스웨스턴대학이 사형수의 누명을 벗겨준다면서 다른 사람을 억울하게 옥살이시켰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위기에 놓였다.
18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보도에 따르면 살인사건 발생 17년 만에 '진범'으로 체포돼 15년간 옥살이를 하고 작년 10월 무죄 석방된 시카고 남성 앨스토리 사이먼(64)이 노스웨스턴대학을 상대로 4천만 달러(약 45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이먼은 이 대학 저널리즘학과에서 탐사보도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데이비드 프로테스 전 교수가 사립탐정 폴 시올리노, 변호사 잭 라임랜드와 함께 자신을 진범으로 만드는 틀을 짜고 허위 자백을 강요했으며 노스웨스턴대학은 이를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사이먼은 소장에서 "정당방위를 위해 살인을 했다고 진술할 경우 최소 사형을 면할 수 있고, 출판과 영화 제작을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구슬리는 바람에 허위자백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사이먼은 1982년 시카고 남부에서 10대 2명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앤서니 포터가 17년 복역 끝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48시간 전, 대신 범죄 혐의를 시인하고 징역 37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이 극적인 반전은 노스웨스턴대학의 메딜 사법정의 프로젝트가 이끌어냈다.
1999년 당시 프로테스 교수는 학부생들과 함께 억울한 누명을 쓰고 복역 중인 수감자 사례를 추적·조사해 대학신문에 보도하는 프로젝트를 출범, 이후 10년간 장기 복역수 11명의 무죄를 입증함으로써 법원에서 석방 판결을 받아냈다.
특히 이 가운데 5명이 사형수였으며 포터는 그 첫 사례였다.
이 프로젝트 팀은 포터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했고, 사이먼의 혐의 진술 자백을 담은 비디오 영상을 확보했다.
해당 사건은 일리노이 주 사형제 폐지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탐사보도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얻었다.
그러나 사이먼 측 변호인은 "사법당국이 포터를 석방하기 위해 짜맞추기식 수사로 사이먼을 잡아들였다"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결국 일리노이 주 검찰은 작년 10월 "당시 수사에 결함이 많았다"며 기소를 취하했고, 법원은 사이먼에 대한 유죄 판결을 무효화하면서 출소 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당시 사립탐정 시올리노가 극적 장치를 이용해 사이먼으로부터 동영상 자백을 받아낸 사실을 비난하면서 프로테스 전 교수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이먼 측 변호인단은 "노스웨스턴대학은 학교 명성을 높이고 재정 후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프로테스 교수 팀의 비윤리적 행위를 묵인했다"면서 "사례 조사 과정에서 학부 학생들의 안전을 위태로운 지경에 놓이게도 했다"고 주장했다.
노스웨스턴대학은 성명을 통해 "법정에서 변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프로테스 교수는 지난 2011년 대학 측과 분쟁을 겪고 학교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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