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정부군 동부 데발체베서 퇴각…반군과 충돌(종합)
포로셴코 "계획적 철수"…휴전협정 이행 계기될지 주목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을 중단시키기 위한 휴전협정이 18일(현지시간)로 발효 나흘째를 맞았지만 총성과 포성은 여전히 멎지 않고 있다.
특히 동부 도네츠크주 도시 데발체베(러시아명 데발체보)에선 여전히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군은 전날 저녁부터 데발체베에서 퇴각을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반군은 정부군 병사들이 무기를 버리고 포위망을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퇴각 과정에서 양측의 충돌로 상당수 정부군 군인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반군은 그동안 데발체베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으며 포위망 안에 약 5천명의 정부군이 갇혀 있다면서 이들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할 때만 안전한 퇴각로를 제공하겠다고 밝혀왔다.
◇ 우크라 동부 데발체베서 정부군 퇴각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오후 "데발체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를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약 80%가 철수했다"면서 "부대들이 어제 저녁부터 나의 명령에 따라 철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데발체베에서 철수에 성공한 군인들을 치하하기 위해 동부 지역으로 날아가기 전 키예프 공항에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우리 부대들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철수했으며 무기와 탱크, 장갑차, 대포 등의 전투장비를 모두 갖고 퇴각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군의 조직적 철수는 데발체베가 반군의 주장처럼 포위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고 포로셴코는 덧붙였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정부군 철수 과정에서 반군이 공격을 가하면서 양측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분리주의 반군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군 관계자는 "데발체베 교전 과정에서 정부군 약 2~3천명이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한편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국방부는 "약 1천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무기를 버린 뒤에 반군 포위망을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반군은 이에 앞서 데발체베 시내 진입 작전을 펼치며 도시를 점령 중이던 정부군을 압박했었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정부군이 일단 군인들의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데발체베 사수 계획을 포기하고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휴전협정 이행을 위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헝가리를 방문해 한 기자회견에서 데발체베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정부군 부대에 퇴각을 제안하면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병사들이 투항하더라도 그들을 징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군 측에는 투항한 정부군 병사들의 안전한 귀가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반군의 데발체베 공세는 민스크 합의에 대한 냉소적 공격"이라고 비난하면서 "국제 사회가 반군과 러시아의 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해 달라"고 촉구했다.
포로셴코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선 "미국이 앞서 밝혔던 우크라이나 국방력 강화 지원 조치를 이행해 달라"면서 사실상 무기 지원을 호소했다.
◇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전략 요충지
정부군과 반군이 모두 데발체베에 매달리는 이유는 이 도시가 철도와 도로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동부는 물론 우크라이나 내 여러 도시들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쿠지묵 전(前)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BBC 방송에 "데발체베는 아주 중요한 거점"이라면서 "지난 여름 정부군이 데발체베를 점령한 뒤 지금까지 사수해 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쿠지묵은 "우리는 (데발체베 점령을 통해) 반군이 무기와 장비들을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물자 보급로를 차단했다"면서 "반군이 도시를 점령하면 전황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전문가로 의회 의원이기도 한 드미트리 팀축은 "정부군이 데발체베를 장악한 뒤 반군은 철도가 아닌 도로를 통해 무기와 장비들을 운송하고 있으며 이는 철도 운송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면서 정부군이 데발체베를 사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휴전협정이 무산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경우 데발체베가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정부군이 쉽게 이 지역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정부군이나 반군 모두 휴전 협정 성사가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어떻게든 전략적 요충지인 데발체베를 사수하려는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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