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찾은 이주민 아기들…"첫 명절 기다려요">

편집부 / 2015-02-18 09:00:08
이주여성지원센터 개소 한 달…이주민 아기 4명 설맞이


<보금자리 찾은 이주민 아기들…"첫 명절 기다려요">

이주여성지원센터 개소 한 달…이주민 아기 4명 설맞이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비가 내리던 지난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이주여성지원센터에 새로운 식구가 찾아왔다.

이제 100일을 갓 넘긴 중국동포 여자아기 영이(가명)였다.

영이의 어머니는 아기를 키울 수 없다며 며칠 전 가출했고, 홀로 남은 아버지는 고민 끝에 이곳에 아기를 맡겼다.

하얀 포대기에 쌓인 채 아버지의 품에 안겨 온 영이는 낯선 곳에서도 보채는 법이 없었다.

센터 관계자들은 뽀얀 얼굴로 방긋방긋 웃는 영이를 보며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순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영이는 센터에 입소한 아이들 가운데 막내다.

지난달 14일 문을 연 이주여성지원센터에는 영이를 포함해 모두 네 명의 아기들과 두 명의 엄마들이 살고 있다. 이주민지원단체 지구촌사랑나눔이 마련한 5층 규모의 센터 건물은 모자원·영아원·그룹홈 등 최대 200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생후 7개월된 중국동포 여자아기 지연이(가명)는 이곳에 가장 먼저 둥지를 틀었다. 태어나자마자 엄마에 의해 유기됐다 구조됐지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보는 사람들마다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케냐에서 온 '인도적 체류자'의 12개월된 딸 시에나는 애교쟁이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스스럼없이 손을 내민다. 이런 시에나를 보는 엄마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인도적 체류자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가한 이들이다.



태국인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남자아기 민이(가명. 7개월)는 일주일 전 입소할 때만 해도 요도협착증으로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해 안색이 나빴지만 지금은 얼굴에서 병색을 찾기 힘들 정도다.

민이와 함께 센터에 머무는 엄마는 서툰 한국말로 "여러 분들이 도와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센터 밖에는 또 다른 식구가 정식 입소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주 베트남 엄마에게서 태어난 여자아기 별이(가명)다.

엄마는 만삭인 상태로 지난주 센터를 찾아와 도움을 청했고, 인근 병원에서 별이를 낳았다. 하지만 이틀 뒤 엄마는 별이를 키울 수 없다는 쪽지를 남기고 떠났다.

엄마가 임신기간 한번도 검진을 받지 않아 영아 정밀검진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별이는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홀로 설을 맞게 됐다.

딱히 갈 곳이 없는 입소자 대부분은 설을 센터에서 보내게 된다. 센터는 떡국과 족발 등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이제는 한 가족이 된 식구들의 첫 명절을 기념할 계획이다.

지금은 조촐한 규모지만, 다음 달 그룹홈 거주자 20여 명이 들어오면 센터는 한층 북적일 전망이다. 모자원 입소 문의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운영비와 인력, 물품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 자원봉사 신청이 잇따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어렵게 보금자리를 구한 아이들에게 시급한 건 또 있다. 바로 국적 취득과 의료 지원이다.

센터 아이들은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의 체류 신분이 불안하다 보니 자연히 건강보험은 꿈도 꿀 수 없다. 돌봐줄 사람 하나 없는 별이 역시 당장 병원비가 걱정이다.

센터는 우선 아이들이 무등록자가 되지 않도록 부모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하며, 아이의 국적을 확보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는 "이런 센터가 국내에서 처음이다 보니 아직은 길을 찾아가는 중"이라며 "가능하면 아이와 가족의 유대가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장기적인 지원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김은숙 이주여성지원센터 이사장은 "아기가 제대로 커가기 위해서는 엄마들의 삶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자리가 잡히는 대로 직업 훈련 등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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