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원로 '기 살리기' 나섰나…100명에 설 인사(종합)
대폭 간소화했던 '새해문안 원로명단' 다시 정상화
(베이징·홍콩=연합뉴스) 이준삼 최현석 특파원 = 지난해 현직 지도부로부터 '신년인사'를 받은 원로 명단을 대폭 간소화해 발표했던 중국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올해에는 100명이 넘는 원로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당과 국가의 지도자들 및 이들의 위임을 받은 관련기관 책임자들이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옛동지'(老同志·원로)들을 찾아가 새해인사를 했다고 관영 중국중앙(CC)TV가 16일 밤 보도했다.
올해 시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로부터 문안을 받은 원로는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을 비롯해 리펑(李鵬) 전 총리, 완리(萬里) 전 전인대 위원장, 차오스(喬石) 전 전인대 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리루이환(李瑞環) 전 정협 주석, 우방궈(吳邦國)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이다.
자칭린(賈慶林)·리란칭(李嵐淸) 전 부총리, 쑹핑(宋平) 전 상무위원, 웨이젠싱(尉健行) 전 상무위원,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 우관정(吳官正) 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리창춘(李長春) 전 선전담당 상무위원, 허궈창(賀國强) 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등의 이름도 언급됐다.
올해 이른바 '새해문안 원로명단'에 포함된 원로는 100여 명에 달한다.
CCTV는 새해 인사를 받은 원로들이 현직 지도부에 감사를 표하고 "'시 주석을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이 당과 국가의 각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며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현직 지도부가 원로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이런 내용을 관영 매체를 통해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중국정가의 오랜 전통이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는 지난해 춘제 때에는 '새해문안 원로명단'을 발표하면서 예년의 형식을 깨고 장 전 주석과 후 전 주석 두 명의 이름만 거명했다. 나머지 원로들은 '등(等)'으로 처리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원로그룹에 대한 '힘빼기 차원'이라거나 당시 사법처리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서기(현재 구속상태) 수사에 대한 당국의 의도가 읽힐 것을 우려한 조치가 아니겠느냐는 등의 다양한 분석이 제기됐다.
따라서 시진핑 체제가 올해 들어 또다시 예년처럼 지도부로부터 신년인사를 받은 원로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기 시작한 것은 결국 저우융캉에 대한 사법처리가 마무리된 데 따른 '정상화 조치'거나 원로들에 대한 일종의 '기살려주기'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의 당·정 지도자들은 현직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국가의 비공식 회의에 참석하는 방식 등으로 현실 정치에 관여해왔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 들어서는 이들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관측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의 권력을 직간접적으로 보장하는 각종 제도적 장치들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족들의 부정부패 의혹 등에 시달리는 원자바오, 리펑 전 총리 등의 이름이 이번 명단에 포함된 것은 시진핑 체제의 반부패 칼날이 이들에게까지는 닿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체포설이 제기되는 궈보슝(郭伯雄·73) 전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명단에 들어 있는 점을 근거로 명단에 이름에 포함됐다고 해서 당국의 사정 칼날에서 벗어났다고 봐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문 매체 둬웨이(多維)는 지난 15일 베이징 소식통들을 인용해 궈 전 부주석이 춘제를 전후해 체포될 것이라면서 관영 매체들이 관련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시 주석, 궈 전 부주석과 함께 작년 중국 인민해방군(PLA) 춘제 경축행사에 참석한 모습이 TV 뉴스에 나왔지만, 3월 부패 혐의로 구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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