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에 태극 그려넣은 조선 민중의 용기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진관사 태극기 기획전…백범 휘호도 공개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1919년 독립운동 현장에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진관사 태극기는 90년을 벽 속에 숨겨져 있다 2009년 진관사 칠성각 해체 복원 조사 중 발견됐다.
태극기는 오랜 세월이 흘러 색이 변하고 왼쪽 윗부분이 불에 타 약간 손상됐지만 형태가 완벽히 보존돼 있었다.
이 태극기의 4괘는 현재의 국기와 비교하면 리와 감의 위치가 바뀌어 있고, 이는 1942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회가 제정한 국기 양식과 동일하다. 태극은 청·적색이고 현재의 국기를 뒤집은 모습이다.
사찰에서도 인적이 드문 칠성각에 비밀스럽게 숨겨놓은 점은 당시 불교계를 중심으로 벌어지던 항일운동이 얼마나 절박하게 전개됐는지를 보여준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 태극기가 일장기 위에 덧그려졌다는 점이다. 일장기를 거부하고 일본에 대한 강한 저항의식을 표현한 것이다.
서슬 퍼런 일제 치하에서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덧그린 것은 엄청난 용기와 기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태극기 속에선 3·1운동 직후 국내에서 발간된 지하신문과 중국 상하이에서 간행된 신문이 둘둘 말린 채로 발견됐다.
25일부터 4월 30일까지 서울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을 찾으면 진관사 태극기와 더불어 항일독립신문, 지난해 발견된 강릉 선교장 태극기, 김구 선생의 휘호 등 소중한 역사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 '광복 70년! 미래 천년! 진관사·강릉 선교장의 독립운동 태극기' 전시회는 광복 70주년 3·1절을 맞아 마련됐다.
우리나라 최대 한옥인 강릉 선교장에서 발견된 태극기는 1891년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종이 하사했거나 이강백 강릉 선교장 관장의 증조부인 이근우 옹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태극기는 1908년 강릉 선교장 내 동진학교에서 사용되던 2개 태극기 중 하나로, 일제 탄압으로 학교가 문 닫은 후 광복될 때까지 땅속에 묻어뒀다가 광복 후 하나는 임시정부에 기증했고 하나는 선교장에서 보관해오다 최근 공개했다.
이 태극기는 실제 동진학교의 기념사진에도 남아있으며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외에도 '신대한' 3점, '독립신문' 2점, '조선독립신문' 5점, '자유신종보' 3점, '경고문' 1점, 안익태가 작곡한 '코리아 심포니'의 친필 악보 등이 전시된다.
김구 선생이 강릉 선교장 주인이던 이돈의 선생에게 내린 휘호 '천군태연(天君泰然, 남에게 행한 의로운 행동에 대해 자랑하지 않는 선비의 의연한 마음가짐)'도 볼 수 있다.
당시 김구 선생에게 많은 사람이 독립군 자금을 보낸 데 대해 생색을 냈지만, 유독 이돈의 선생만큼은 아무 소식이 없자 김구 선생이 먼저 이 휘호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백범의 휘호는 떨림이 강하지만, 이 휘호는 지병이 오기 전 쓴 것으로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종이에 힘찬 필체로 적혀있다. 이 휘호는 1962년 도난 당해 최근 경매에 나왔다가 52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기획특별전 기념으로 3월 1일 오후 2시에는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의 강연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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