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평온한 코펜하겐 주택가·기차역 주변 뒤흔든 총성(종합)
(베를린·서울=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이유미 기자 =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이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새벽에 걸쳐 주말 주택가와 도심 기차역 인근 유대교 회당을 뒤흔든 총격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14일(현지시간) 오후 3시30분께 코펜하겐의 '크루트퇸덴' 문화센터 내 카페로 날아든 총격은 밸런타인데이를 겸한 토요일 오후 평온한 시간을 보내던 주택가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수십 발의 총성이 울렸을 당시 이곳에선 '예술, 신성모독,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행사에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 그림으로 2007년 이후 줄곧 살해 위협을 받아온 스웨덴 출신 예술가 라르스 빌크스 등 30명 안팎이 참석 중이었다.
용의자는 자동소총을 이용해 센터 바깥에서 안쪽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창문에는 최소한 30개의 총탄 구멍이 남아 있었다.
목격자들 진술에 따르면 당시 순식간에 20∼40여 차례 총성이 울려 퍼졌고 겁에 질린 참석자들은 일제히 바닥에 엎드리거나 테이블 밑으로 기어들어 가는 등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후 덴마크 현지 언론은 그의 총격에 사망한 이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핀 노르가드(55)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초기에 경찰은 총격을 가한 용의자가 폴크스바겐 '폴로' 차량을 타고 도주했기 때문에 이 차에 누군가 대기중이었던 것으로 보고 전체 용의자를 두 명으로 봤다. 그러나 이후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단독 범행으로 바로 잡았다.
용의자는 폴로를 몰고 사건 현장 북쪽으로 2㎞를 달리고 나서 열차역 주변에 차량을 버렸다. 경찰이 도주 차량을 발견한 시각은 오후 5시45분쯤이었다.
경찰은 그로부터 1시간 40분 쯤 지난 시각 검은 상하의 차림에 고동색 털실 모자를 쓰고 있는 25∼30세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평소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겨 찾는 문화센터가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하는 총격 테러의 현장이 되면서 주변 주택가는 긴장에 휩싸였다. 이 지역은 현재 경찰의 통제를 받고 있다.
1990년 개관한 크루트퇸덴 센터는 코펜하겐에서도 가장 가족 친화적인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주택가 안에 있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센터 주변에는 대중 수영장이 있으며, 멀지 않은 곳에 축구 구단 FC코펜하겐의 홈 구장도 있다.
이 때문에 평소 크루트퇸덴 센터 내 카페에서는 문화 행사 외에도 아이들이 참석하는 파티와 벼룩시장이 자주 열리곤 했다. 크루트퇸덴은 이날부터 무기한 잠정 폐쇄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몇시간 뒤 코펜하겐 유대교 회당 인근에서 발생한 총격도 주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이곳에서는 유대교식 성인식이 열리고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행사 참석자는 80명 가량이었다.
15일 0시를 좀 넘긴 시간 유대교 회당 본부 건물 밖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행사 출입 관리를 맡던 단 우산(37)이라는 이름의 유대인이 숨지고 경찰 두 명이 부상했다.
현지 유대교 관계자는 용의자는 "길거리에 구토 하는 등 술 취한 사람 처럼 보였다"고 증언했다.
이번 총격으로 인근에 있던 대형 기차역 겸 지하철역인 노레포트역에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밤새 긴장이 이어졌다.
결국 주말의 테러 공포는 택시 기사의 제보를 받은 경찰이 이날 새벽 5시께 노레브로역 인근에서 총을 쏘며 저항한 용의자를 사살하면서 일단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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