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총격 사건은 파리 테러 판박이
용의자 실내 난입했다면 희생 규모 훨씬 커졌을 수도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덴마크 코펜하겐 총격 테러는 한달 여 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와 여러모로 흡사했다. 이에 맞물려 시민 17명의 생명을 앗아간 파리 테러처럼 큰 희생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컸다는 지적도 나왔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잡지사와 화가가 각기 표적이었다는 게 우선 꼽힌다. 유대교를 희생양 삼으려 한 것도 유사하다. 테러 용의자가 자동소총을 난사한 것은 똑같다.
코펜하겐 경찰 당국은 15일 오전(현지시간) 시내에서 경찰에 총을 쏘다 사살된 남성이 앞서 발생한 두 차례 총격 사건의 용의자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 나이를 25∼30세로 추정한 바 있다. 중동인으로 보이는 키 185㎝의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성이었다. 목격자들의 말로는 90∼100㎝ 길이의 검은색 기관총 또는 자동소총을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무장한 그는 14일 오후 4시께 코펜하겐 시내 주택가 문화센터 내 한 카페를 노렸다. 풍자 화가가 참석한 토론 행사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창 밖에서 소나기 총격을 가해 55세 남성 1명이 사망하고 경찰 3명이 다쳤다.
이 행사에는 수 십 명(several dozens)이 참석하고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영국 유력 일간 가디언은 30명 가량으로 특정했다. 이 때문에 용의자가 파리 테러 때처럼 실내로 난입해 총격을 가했다면 희생 규모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프랑수아 지머래 덴마크 주재 프랑스 대사도 사건 현장의 악몽을 떠올리며 난입 여부만 파리 테러 때와 달랐다고 했다.
파리 테러 때 테러범들이 코셔(Kosher·유대교 율법에 따른 음식 제조) 식료품점에서 인질극을 벌인 것처럼, 이번 용의자는 15일 새벽 2시께에는 2차로 코펜하겐 시내 유대교 회당(시나고그) 인근에서 총격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회당 밖을 지키던 유대인 남성 1명이 숨지고 경찰 2명이 부상했다.
현지 유대인 단체인 북유럽유대안전협회(NJSC)의 미하엘 겔반 회장은 총격 당시 회당 안에서는 유대교 성인식(바르 미츠바)이 열리고 있었다며 숨진 남성은 회당 출입 통제를 담당하던 유대인이라고 AFP 통신에 밝혔다.
겔반 회장은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너무 초기여서 짐작할 수도 없다"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그러나 파리에서 일어난 일이 똑같이 되풀이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따라 파리 테러 때처럼 용의자가 성인식 행사 참석자들을 상대로 인질극이라도 벌였다면 사태는 한층 악화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겔반 회장도 덴마크 TV 방송 인터뷰에서 "용의자가 성인식에 들어왔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하기조차 두렵다"고 말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