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아바나서 '한국 문학의 밤' 한류팬과 한바탕 춤판
문정희·오정희 작가, 한인 후손 등 100여명 참가
(아바나<쿠바>=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쿠바인들과 한국의 대표작가,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어울려 한마당 춤판을 벌이는 흥겨운 밤이 연출됐다.
13일(현지시간) 아바나 '나시오날' 호텔 베다도 홀에서 외교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학번역원과 한·쿠바 교류협회 등이 후원한 '한국 문학의 밤' 행사에서 문정희 시인과 오정희 소설가, 홍성화 멕시코 주재 한국 대사, 김동기 외교부 문화외교국장, 안토니오 김 함 쿠바 한인후손회 회장 등이 한류 팬들과 살사 음악에 맞춰 한데 어우러졌다.
우리 정부가 아바나의 카뱌나성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12∼22일)에 처음 참가해 개최한 이 행사에는 알베르토 마레로 쿠바시인협회 회장과 쿠바 호세 마르티 문화원에서 한글을 배우는 한글학교 수강생, 아바나대학 교수를 포함한 한류팬 100여명이 참석했다.
1부 문학 행사가 끝나고 열린 2부 축하공연에서 한글학교 학생들이 한국 가요를 열창하고 현지 악단이 쿠바 음악을 연주하자 행사장은 흥겨운 춤 무대로 변했고, 한류 팬들이 홍 대사와 두 작가, 김 국장 등의 손을 잡고 무대로 데려가 함께 신나는 춤판을 벌인 것이다.
앞서 문학 행사에서는 특히 한글학교 수강생들이 문정희 시인의 작품 '꽃의 선언'을 읊고 오정희 소설가의 작품인 '저녁의 게임'의 일부를 우리말로 낭독하자 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문정희 시인은 인사말에서 "쿠바는 시의 나라다. 호세 마르티라는 위대한 혁명가이자 시인을 존경한다"면서 "혁명 영웅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에서 죽어갈 때 그의 노트 속에는 시가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쿠바를 대표하는 노래 '관타나메라'는 호세 마르티의 시로 작사된 것이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시를 낭송할 기회를 가졌지만 이렇게 가슴이 떨리기는 처음"이라며 "그것은 바로 여러분의 뜨거운 눈빛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0년 전에 이어 쿠바를 두번째 방문한 문정희 시인은 "이렇게 먼 곳을 또 온 이유는 쿠바를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문정희 시인은 자신의 시집인 '나는 문이다'를 소개하면서 '문'(moon)이 영어에서는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의미하지만 한국에서는 문학과 창문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내 이름인 문도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쿠바를 처음 방문한 오정희 소설가는 "문학과 예술이 우리를 가장 가깝게 하고, 이해하고, 친밀하게 하는 길이 될 것"이라면서 "작가로서 바람은 우리 문학을 이곳에 많이 알리고, 우리도 쿠바의 문학을 더 많이 받아서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문학은 특별하고 남다르게 출발하지만 결국 도착하는 곳은 같다"며 "슬픔과 고민과 기쁨은 같은 곳으로 간다. 우리 모두가 소중하고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마음으로 문학을 통해 서로 만날 것"이라고 희망했다.
오정희 소설가는 또 "쿠바는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나라라는 말을 듣고 왔다"며 "이 나라의 음식과 공기, 여러분의 미소는 내 일생의 아름다운 경험이고 잊지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작가와 홍 대사는 한글학교 학생들에게 독후감 상을 수여했다.
앞서 홍 대사는 축사를 통해 "오늘 행사가 양국간 문학 분야의 교류를 증진하고 양국 국민이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두 나라가 함께 읽고 서로 소통하고 함께 발전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정희 시인과 오정희 소설가는 14일 카바냐성에서 마레로 회장과 함께 문학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작품 발표회를 열고 사인이 담긴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우리 대표단은 14일 카바냐성에서 한국의 대표 문학작품 100여점을 전시하고 쿠바 도서위원회와 한인후손문화회관에 도서를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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