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망가졌어도…" 굴하지 않는 형사의 본능

편집부 / 2015-02-15 06:21:01
CCTV센터 정승원 경위, 부상 내근에도 검거실적 뛰어나
△ 굴하지 않는 형사의 본능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불의의 사고로 사건현장을 떠났지만 단련된 직감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CCTV 너머 범죄자들을 잡아내 '매의 눈'이란 별명을 얻은 서울 서초경찰서 정승원(49) 경위. 2015.2.14. hwangch@yna.co.kr

"몸은 망가졌어도…" 굴하지 않는 형사의 본능

CCTV센터 정승원 경위, 부상 내근에도 검거실적 뛰어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뭔가 이상한데…"

흐릿한 폐쇄회로(CC)TV 화면 너머로 주택가 담을 기웃대다 순식간에 사라진 오토바이의 모습을 본 24년차 경찰관의 직감이 번뜩였다.

서초구청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근무 중인 정승원(49) 경위.

15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정 경위는 6년 전까지만 해도 '수배왕'이란 별명이 따라붙은 민완 경찰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현장'을 떠나야 했다.

2009년 3월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는 범인을 뒤쫓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워낙 빨리 뛰다 넘어지는 바람에 그는 앞서가던 승용차 아래에 턱관절이 끼일 정도로 깊숙이 밀려 들어가 의식을 잃었다.

사경을 헤매던 정 경위는 이틀 만에 깨어났지만 어깨 회전근개와 족관절 인대가 파열된 상태였다. 결국 2012년 8월 내근직인 CCTV 관제센터 요원으로 발령났다.

신경계통 이상 탓에 벌겋게 달군 숯가루를 등에 뿌리는 듯한 통증이 계속돼 진통제에 의존해야 했고, 운동 능력도 제한됐기 때문이었다.

정 경위는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다 갑자기 한직으로 나간 게 너무 괴롭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생긴 장애에 대해 공무원연금공단이 공무상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린 것도 고통을 더했다.

하지만 좌절하는 대신 주어진 상황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직무에 임했다.

몸은 예전 같지 않아도 20여년간 갈고 닦은 형사의 육감과 열정은 그대로였다.

지난달 말 서초구 양재동 동산로 인근 주택가를 심야에 배회하는 오토바이를 봤을 때도 그랬다.

정 경위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일대 CCTV 100여대에 찍힌 영상 한 달분을 일일이 돌려봤다. 그 결과 오토바이 운전자가 지난달 10일부터 최근까지 인근 다세대 주택에서 5차례에 걸쳐 여자 속옷을 훔친 사실을 확인했다.

오토바이 번호와 동선을 파악한 정 경위는 피의자가 반드시 추가범행을 저지를 것이라고 보고 홀로 잠복에 나섰고, 7일 만인 9일 새벽 1시 45분 신문을 배달하던 용의자 유모(50)씨를 붙잡았다.

유씨는 상습절도 등의 혐의로 입건됐으며, 경찰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성폭행 등 여죄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정 경위가 내근직이면서도 범인을 체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작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지원 근무를 하던 중 수상쩍은 느낌의 승객을 눈여겨보다가 결혼 축의금 도둑을 잡아내는 등 작년 한 해 동안 검거 10여건, 사건 예방 60여건의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

이런 정 경위에 대해 '매의 눈'이란 별명이 새로 생겼다.

그는 "승진과 거리가 먼 인생이었지만 범인을 잡을 때의 성취감이 보상이라고 믿는다"며 "소외된 부서이거나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임무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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