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보수장 사퇴, 에르도안 대통령 독주 막나

편집부 / 2015-02-14 23:55:08

터키 정보수장 사퇴, 에르도안 대통령 독주 막나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터키 정보기관 수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주체제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터키 일간 자만은 14일(현지시간) 국가정보국(MIT) 하칸 피단 국장이 지난 7일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 정의개발당(AKP) 내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피단 국장이 사퇴하자 "피단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피단 국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종종 "나의 비밀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로 신임을 받는 최측근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대에도 피단 국장이 사퇴한 배경에는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간 타라프는 피단 국장이 다부토울루 팀의 일원이 됐다며 정의개발당 내부 권력투쟁의 결과로 해석했다.

앞서 다부토울루 총리는 지난해 8월 피단 국장을 외무장관으로 임명하려 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아틸라 카르트 의원은 자만과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멕시코를 비롯한 중미 순방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하기로 한 것은 이런 집권당의 내분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르트 의원은 "집권당의 내분은 이미 시작됐고 에르도안은 점점 고립되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당은 지난달 뇌물 혐의를 받은 전직 장관 4명을 사법부에 고발하는 안건을 표결했을 때 상당수 이탈표가 발생해 내분의 전조를 보였다.

또 다부토울루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경찰 국가화' 논란을 일으킨 국토안보법 개정안의 의회 상정을 1주 늦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법안을 '새로운 터키'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라며 강행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집권당과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은 최근 쿠르드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 평화협상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했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외국에 있는 동안 터키에서 벌어진 일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부에 대한 영향력에 반대해 다부토울루 총리가 자체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했다.

터키는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헌법상 의원내각제로 총리가 정부를 대표한다.

그러나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리를 지낸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에도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오는 6월 총선에서 집권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수를 확보해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고 의회에서 대통령제로 개헌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중동 전문매체인 알모니터의 앰버린 자만 칼럼니스트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다부토울루 총리와 피단 국장이 대통령의 독주를 막았지만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자만 칼럼니스트는 다부토울루 장관이 대통령의 꼭두각시 역할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제 개헌을 막아 실질적 행정부 수반임을 보여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에르도안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되고 호화 대통령궁 등으로 비난받는 것에 반발하는 집권당 내 세력들이 있으며, 피단 국장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를 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알모니터의 라심 쿠타히얄리 칼럼니스트도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피단 국장과 다부토울루 총리 모두에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타히얄리 칼럼니스트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MIT를 이용해 쿠르드 문제를 해결하고 정적인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과 전쟁을 완수하기 위해 피단 국장이 MIT에 남아있기를 원했다"며 "대통령은 피단 국장이 다부토울루 총리의 지원이 없었다면 사퇴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4년 후까지 에르도안은 영향력이 가장 큰 정치인으로 남고, 다부토울루 총리와 피단 국장은 2, 3인자로서 서로 지원하는 구도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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