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트로이카 실무협의 개시…타결 기대감 커져
16일 유로그룹 회의서 구제금융 재협상 '1차 결론' 전망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구제금융에 반대한 그리스 새 정부가 국제 채권단과 실무협의를 시작해 구제금융 재협상 타결 기대감이 커졌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와 13일(현지시간)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그리스의 새로운 계획 간 공통분모를 찾는 기술적 평가를 시작했다.
그리스와 트로이카는 이 실무협의 결과를 오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리스 집권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지난달 총선에서 긴축 폐지와 채무재조정을 공약해 승리했으며 정부 출범 직후 공약 이행을 천명해 트로이카와 정면 충돌했다.
그리스는 오는 28일 끝나는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고 8월 말까지 개혁 정책과 채무재조정을 채권단과 새로 합의하기 전까지 '가교(bridge) 프로그램'을 우선 합의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트로이카는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고 기존에 합의한 긴축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유로그룹은 지난 11일 긴급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전날 EU 정상회의에서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과 회동하고서 그리스와 트로이카의 실무협의를 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회의에서 '그리스 정부는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연장 가능성과 성공적 완수를 위해 트로이카와 협력하기로 합의했으며, 이것이 성공하면 그리스와 유로그룹이 새로운 협약을 체결할 때까지 가교가 될 것'이라는 공동선언문이 채택됐다가 막판에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도 그리스는 기존 구제금융을 새로운 계획으로 대체하고 임시로 가교 프로그램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 일부는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스는 기존 구제금융 정책의 70%는 유지하되 3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으로 마련할 부패와 탈세 척결 등 '10대 개혁 계획'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도 지난 11일 치프라스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리스와 협력을 약속하며 "우리는 부패와 싸울 도구들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채권단도 기존 구제금융 이행조건의 상당 부분이 유지되고 구제금융 연장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았으며 그리스 새 정부가 거부한 트로이카 실무단과 협의가 재개됐다는 점 등에서 실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유로그룹이 16일 회의에서 가교 프로그램에 합의한다면 그리스는 새 협상을 체결하기 전까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우려는 최소 8월 말까지는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ECB는 전날 그리스에 유일한 자금 지원 수단인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증액해 그리스 은행권의 자금난 숨통을 틔웠으며 그렉시트 우려도 희석시켰다.
미츠이스미토모은행 뉴욕 지점의 야나기야 마사토 외환팀장은 블룸버그에 "ECB가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키려 했다면 ELA 한도를 증액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유로그룹이 가교 프로그램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한다면 11일부터 시행한 그리스 국채의 담보인정 중단을 철회하는 방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유로그룹이 16일에 합의를 이루고 EU 회원국들이 의회에서 구제금융 연장 또는 수정안을 처리하더라도 실질적 구제금융 재협상인 그리스의 개혁과 채무재조정에 합의할 8월 말까지 양측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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