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금실 제작·직조 기술 복원

편집부 / 2015-02-11 07:12:55
전통문화대학 심연옥 교수 개가…영조 사치 금지 후 사라져
△ 금사(金絲)로 제작한 고려시대 직물 (부여=연합뉴스) 보물 1572호 서산 문수사 금동아미타불상(1346) 복장 직물인 고려시대 남색 원앙문 직금 능(藍色鴛鴦紋織金綾)의 세부. 수덕사 근역성보관 소장. 금실로 제작한 이 유물을 최근 전통문화대학교가 복원했다. 2015.2.11 << 전통문화대학교 제공 >> taeshik@yna.co.kr

잃어버린 금실 제작·직조 기술 복원

전통문화대학 심연옥 교수 개가…영조 사치 금지 후 사라져



(부여=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사치를 싫어한 조선 영조가 금지함으로써 사라진 금사(金絲), 곧 금으로 실을 만들던 기술이 복원됐다. 아울러 이렇게 만든 금실로 옷감에 문양을 넣는 기술도 덩달아 베일을 벗었다.

한국 복식사 전공 심연옥 교수가 이끄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총장 김재열) 전통섬유복원연구소는 2011년 이래 지난해까지 4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전통 금사 제작 기술과 함께 직물 표면에 금사로 문양을 넣는 직금 제직(織金製織) 기술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심 교수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진행 중인 '문화유산융복합연구(R&D)' 일환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이미 2011년에 우리 전통의 금사 제작 체계를 밝혀내는 한편 이를 토대로 다각적인 연구를 계속해 지난해에는 금사로 문양을 넣는 직물 제작 틀인 전통 수공(手工) 문직기(紋織機)를 제작했다"면서 "이 문직기를 통해 전통 직금 제직 기술까지 재현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심 교수 팀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전통 한지(韓紙)를 바닥에 까는 배지(背紙)로 써서 그 위에다가 아교로 금박이나 은박을 붙인 다음, 일정한 너비로 실처럼 재단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투명 접착제인 아교는 그것만을 쓰거나, 그에다가 주토(朱土)라고 해서 붉은색 물감을 섞어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중국은 뽕나무 껍질로 만든 상피지(桑皮紙)나 대나무를 이용한 죽지(竹紙), 일본은 산닥나무 종류의 껍질로 만든 안피지(雁皮紙)를 배지로 사용해 금사를 제작한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닥종이를 배지로 사용한 특징을 밝혀냈다. 독자적인 금사 제작 기술을 우리가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문직기도 복원했다.

심 교수는 "문직기는 원형이나 구조를 알 수 없어 조선시대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수록된 문직기 그림인 문직기도(紋織機圖)와 중국에서 현재 전승되는 문직기를 참조하여 제작·복원했다"면서 "직금 직물은 전자동 기계로 짜기는 불가능하므로 수공으로 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복원한 금사와 문직기를 이용해 금사 직물 3점을 복원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복원한 유물은 보물 1572호인 서산 문수사 금동아미타불상(1346) 복장 직물인 고려시대 남색 원앙문 직금 능(藍色鴛鴦紋織金綾.수덕사 근역성보관 소장)과 문양과 용도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16세기 초 용인 영덕동 출토 조선시대 금원문 직금 능(金圓紋織金綾) 저고리, 그리고 조선시대 연화문 직금(蓮花紋織金)이다.

금사는 삼국시대 이래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전통 섬유공예에 사용된 가장 장식성이 뛰어난 소재로 꼽힌다. 따라서 이런 금사로 문양을 표현하는 기술은 예로부터 의례용 복식뿐만 아니라 장엄용(莊嚴用) 직물 제작에도 폭넓게 사용됐다.

고려시대에는 이런 직금 공예가 특히 발달해 불상 내부에 안치한 공양물인 불복장(佛腹藏)에는 직금 유물이 다수 발견되며, 조선시대 또한 출토복식과 궁중복식 등에서 수준 높은 직금 유물 확인된다. 하지만 영조가 재위 9년째인 1733년, 사치를 금지하는 차원에서 문직기 사용을 금지한 이후 금사 제작 기술과 직금 제직 기술은 단절된 상태였다. 이에 직금 유물은 전통 기술에 바탕을 둔 복원이 이뤄질 수 없었다.

심 교수는 "이번 복원사업은 전통기술 복원분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섬유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재현·복원할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면서 "아울러 이번 연구 성과는 전통 직금 복식 분야뿐만 아니라 현대적 공예 기법과의 접목을 통해 전통문화의 다각적인 활용과 문화관광 자원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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