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나치 배상금' 채무협상 지렛대로 쓰나>

편집부 / 2015-02-09 19:29:40
그리스 중앙은행서 '강제 차입' 반환 요구…"110억 유로 추정"

<그리스 '나치 배상금' 채무협상 지렛대로 쓰나>

그리스 중앙은행서 '강제 차입' 반환 요구…"110억 유로 추정"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구제금융 재협상에 가장 반대하는 독일에 '나치 배상금'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치프리스 총리는 8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채무 재조정과 긴축 폐지 방침을 고수하며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로 말미암은 피해 배상금을 청구할 방침을 거듭 시사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유동성 지원책인 그리스 국채의 담보인정을 11일부터 중단키로 하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등의 압박에도 치프라스 총리는 총선 공약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치프라스 총리가 대표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총선 공약으로 채무탕감을 요구하면서 나치가 그리스 중앙은행에서 강제 차입한 자금의 상환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이 차입금 규모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10억 유로(약 13조7천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그리스의 나치 배상금 요구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돼 시리자가 처음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1995년 당시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는 유럽연합(EU)을 통한 현금지급 형태로 간접적으로 배상했다고 밝히자 그리스 정부는 1941~44년 나치가 점령했을 당시 강제로 빌려간 차입금 상환을 강구하겠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처럼 뿌리 깊은 그리스와 독일의 앙금은 2010년 구제금융을 받기 시작하면서 다시 주목됐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2011년 9월 기사에서 나치가 그리스 중앙은행을 압박해 4억7천600만 마르크를 빼앗다시피 빌려가는 등 독일은 전쟁배상금으로 그리스에 1천억 달러 정도를 빚지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리스 정부는 2012년 9월 독일에 배상을 요구하기 위해 재무부 내 실무단을 구성했으며 당시 재무부 차관은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그리스는 권리를 포기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리스 언론들은 2013년 재무부가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 배상금 규모를 1천620억 유로라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피해보상금으로 1천80억 유로, 중앙은행 차입금 상환으로 540억 유로를 각각 산정했다.

당시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이 보고서에 대해 "오래전에 결정됐던 것"이라고 일축했으나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전 총리는 이 보고서를 최고행정법원에 제출했다.

독일은 파리보상회의와 1953년 런던부채협정에 따른 나치의 전쟁배상 조건을 토대로 그리스에 410억 달러 이상을 배상했다며 추가 청구를 거부해왔다.

사마라스 전 총리는 채권단과 긴축 정책을 협상하면서 나치 배상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독일이 채무 재조정에 계속 반대한다면 이 문제를 강하게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달 26일 취임 선서 후 첫 방문지로 아테네 외곽의 카이사리아니를 택했다. 그는 1944년 그리스 레지스탕스 200명이 나치에 처형된 카이사리아니에서 나치가 강탈한 돈 문제를 제기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쇼이블레 재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치 배상금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독일 땅에서 나치즘을 뿌리 뽑은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라면서 그리스 제3정당이 된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의 위협에 맞서려면 독일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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