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바이든 불참 가능성 시사…"의원 각자 결정할 일"
<네타냐후 연설 보이콧해야 하나…미국 민주 딜레마>
하원의원 3명 불참 선언…이스라엘 측에 연설 연기 종용도
백악관, 바이든 불참 가능성 시사…"의원 각자 결정할 일"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 다음 달 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 참석해야 할지, 아니면 보이콧해야 할지를 놓고 미국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화당의 1인자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이 백악관과 사전 상의도 없이 주도한 이 연설에 참석하자니 '정치적 논쟁'에 스스로 말려드는 꼴이 되고, 집단으로 불참하기에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핵심 동맹이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이런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합동연설에 들어갈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까지는 그렇다. 그렇지만, 희망사항은 그런 행사가 실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라며 "이런 지경까지 이른 게 정말 슬프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론 더머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연설 연기를 종용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의 위협과 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협상을 주제로 연설한다고는 하지만,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을 불과 2주일 앞두고 열리는 것이어서 미국 의회가 이스라엘 내부의 정치 공방에 얽힐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백악관은 '상원의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의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부통령은 상·하원 합동연설 참석과 같은 의전을 포함해 상원의장으로서의 책임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면서도 2011년 외국 방문 때문에 합동연설에 빠진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바이든 부통령의 3월 초 출장 계획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합동연설 참석 또는 불참 여부가 의원 개개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날 시민운동가 출신의 민주당 소속 존 루이스(조지아) 하원의원과 의회 내 흑인코커스(CBC) 의장인 G.K. 버터필드(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이 연설 불참을 선언했다.
루이스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백악관과 사전 협의하지 않은 베이너 의장의 일방적 결정은 전례가 없는 일로, 대통령과 국무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며 "의회 내에서 이런 소동을 일으킨 하원의장에게 깊이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상의 없이 베이너 의장 초청을 수락하는 등 미국 방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루이스 의원이나 버터필드 의원은 자신들의 불참 결정은 개인적인 것으로, 조직적인 보이콧의 일환은 아니며 네타냐후 총리의 합동연설이 미국-이스라엘 관계에도 장기적인 영향은 없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진보 성향의 얼 블루메너(오리건) 하원의원도 불참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연설을 강행한다면 나는 이 무모한 정치적 겉치레 행위의 일부가 되는 것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베이너 의장은 이날도 자신의 초청 결정을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위협과 관련해) 미국민이 들을 필요가 있는 메시지가 있으며 이를 전달하기에 최상의 인물이 네타냐후 총리"라며 "근본주의 이슬람 테러리즘의 위협은 실제 위협이고 지역 및 국제사회에 대한 이란의 위협도 실제 위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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