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도 정부-의회, 행정부 고위당국자 간 설전 '점입가경'
<우크라 무기 지원 놓고 서방간·미국내 공방 가열>(종합2보)
우크라 "무기 지원 절실" 호소…미국·서방 진영선 찬반론 '팽팽'
미국 내에서도 정부-의회, 행정부 고위당국자 간 설전 '점입가경'
(모스크바·워싱턴=연합뉴스) 유철종 강의영 특파원 =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 방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동부 지역 분리주의 반군 진압을 위해 서방의 무기 지원이 절실하다고 요청하는 상황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찬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교전 상황이 악화하면서 나토 회원국들의 첨단 무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서방의 무기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보도된 독일 일간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동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최근 사태는 나토가 첨단 방어 무기 공급 등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같이 요청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원하지만, 평화는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강한 군대가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 지역 반군에 무기와 병력 지원을 계속하면서 정부군의 반군 진압 작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서방에 무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진영 내에서도 무기 공급 여부를 두고선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 내에서조차 정부와 의회 간, 또 정부 부처 간 상반된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외교 해법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군사 지원 여부를 곧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곧 결정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물론 최우선 순위는 이 문제를 외교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일단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질 연쇄 회담을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케리 장관은 "우리는 대리전에 관심이 없고, 목표는 러시아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은 동원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의회가 이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매케인 위원장은 공화·민주 양당 상원의원들을 대동하고 한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게 무기를 보내야 한다. 그걸 요구하는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하원은 지난해 12월 무기 지원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오바마 대통령도 서명했으나 지원 여부와 방법·시기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임한 상태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날에도 이 문제에 대해 부처 내 이견을 노출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는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방향으로 매우 기울어져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게 우리가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그런 결정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내린다. 오바마 대통령이 카터 지명자의 조언을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추가 군사 원조는 유혈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도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압박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경제 제재"라며 "단순히 무기를 추가로 투입해 맞보복을 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방어용이라도 무기를 지원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공개적 개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 방탄복, 야시경, 응급처치 물품, 공병장비 등 비살상용 군수품만 지원해 왔다.
일부 나토 회원국은 무기 지원을 옹호하고 있다. 폴란드의 토마슈 세모냑 국방장관은 지난달 29일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판매하는 데 어떤 장애물도 없다"면서 우크라이나 측과 현재 관련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의 리나스 린캬비추스 외무장관도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장비 공급을 포함한 군사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일은 반대 입장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은 4일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검토설에 대해 "무기 공급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이것은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분쟁에 개입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앞서 2일 "군사적 방법으론 분쟁이 해결될 수 없다고 믿는다"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은 러시아의 안보에도 위협이 되는 우려스런 행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외무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계획이 심각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 계획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 분쟁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러시아의 안보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 영토가 우크라이나 쪽에서 날아온 포탄 공격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이같이 밝혔다.
루카셴코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결정은 러시아와 미국 관계에 엄청난 해를 입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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