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이름도 없이'…"故 박 할머니 편히 잠드소서"

편집부 / 2015-02-04 15:25:51
일본 시민단체도 자리…"아베 총리는 일본의 수치"
△ 수요집회에서 자유발언하는 치사카 준 사무국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일본평화위원회 치사카 준 사무국장이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2015.2.4 mon@yna.co.kr

'얼굴도 이름도 없이'…"故 박 할머니 편히 잠드소서"

일본 시민단체도 자리…"아베 총리는 일본의 수치"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할머니 편히 잠드소서'

사진도, 이름도 없이 짧은 추도 문구만이 적힌 영정이 2주 연속 수요집회를 침묵에 젖어들게 했다.

4일 정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천164차 수요집회는 지난달 31일 숨진 위안부 피해자 고(故) 박위남 할머니를 기리는 짧은 묵념으로 시작됐다.

지난주 수요일 열린 제1천163차 집회에서도 박 할머니보다 5일 앞서 숨진 고 황선순 할머니의 추모식이 짧게 진행됐다.

황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박 할머니의 유족 역시 고인의 얼굴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아 보라색 천으로 덮인 의자 위에 놓인 빈 영정이 수요집회 자리를 지켰다.

박 할머니의 사망으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53명으로 줄었다.

특히 박 할머니는 정부 등록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맨 마지막으로 정부에 등록한 피해자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8월께서야 비로소 정부에 피해 등록을 했다.

박 할머니는 16∼17세 때 만주 군수공장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동네 사람의 말에 속아 위안소로 끌려가 약 7년간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한 많은 삶을 뒤로하고 눈을 감은 박 할머니의 영정 앞에는 이날 작은 꽃다발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 뒤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길원옥 할머니와 200여명의 시민이 자리해 한 마음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대표는 "황선순 할머니에 이어 돌아가신 박위남 할머니는 238번째로 용기있게 입을 열어 위안부 피해를 알렸다"며 "할머니가 편히 잠들기를 기도하자"고 애도했다.

그는 위안부 소녀상의 빈 의자를 가리키면서 "이 빈자리는 세상을 떠나고 계시는 할머니들을 의미할 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모든 사람의 자리"라며 "다 함께 끝까지 연대하겠다는 무언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정대협은 "일본 정부는 피해자가 모두 세상을 떠나 위안부 문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듯 왜곡과 은폐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4박5일 일정으로 방한 중인 일본 시민단체 '일본평화위원회' 소속 회원 34명도 함께 자리해 자국 정부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치사카 준 사무국장은 "위안부 제도는 최악의 인권유린 범죄"라며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 할머니들을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의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사죄와 배상이 실현되고 일본이 전쟁 없는 나라가 되도록 전력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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