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자살 모녀 유족 "생활고 비관 아니다"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모녀의 유족이 "생활고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경찰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유족들은 포항시 남구 S아파트에서 A(66)씨와 큰딸 B(44)씨가 안방에서 목을 매 자살한 것과 관련, "어머니가 평소 우울증을 앓아온 큰딸과 함께 살았고 형편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앓던 큰딸을 측은하게 생각해 돌보며 살았다"며 "어머니가 평소 딸이 잘못되면 함께 (저세상으로) 가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유족에 따르면 어머니 A씨는 15년전 이혼 후 울산에서 살다가 집 두채를 판 돈 1억7천만원을 갖고 5년전 포항으로 와 오천의 아파트를 2천500만원을 주고 사 큰 딸과 살았다는 것.
1억원이 넘는 돈을 은행에 예금과 적금으로 넣어두고 이자로 생활하면서 모녀가 별 어려움없이 생활해 왔다.
울산에 있는 작은딸과 사위도 잦은 왕래를 하진 않았지만 한두번 몇백만원씩 생활비를 보태주기도 했다.
어머니 A씨는 현재 포항시로부터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받고 있다.
사위 김모(56)씨는 "돈이 얼마가 있는지 당장은 알수 없지만 생활이 어려울 정도는 절대 아니다"며 "큰딸이 갈수록 병이 악화되자 부모로서 이를 보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주민들의 말도 모녀가 평소 등산을 다니고 수돗물도 많이 써 생활이 어렵다고 느낄만한 정황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체로 외부와 단절한 채 집에서 단둘이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딸 병세가 악화되는 것을 보고 어머니가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며 "경찰이 처음부터 생활고로 몰고 언론도 이를 사실인 양 보도해 화가 너무 난다"고 말했다.
이들 모녀는 지난 3일 밤 자신의 아파트 안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도시가스요금이 3개월치 밀렸고 시신 부패 정도로 봐 숨진 지 3~4개월이 지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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