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난민 387명 전원 구조한 조명선 선장
구조 난민들 "후손에게 한국 선원정신 알리겠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지난해 9월 11일 오후 5시 55분께 대한해운[005880] 소속 7만t급 벌크선 AMS 페가수스I호의 조명선(52) 선장은 지중해를 항해하다가 긴급 구조요청을 받았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서 온 구조요청이었는데 "선박이 침몰하고 있다. 배를 돌려 구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조 선장은 선사에 "침몰하는 배에서 사람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가봐야겠다"고 보고하고 나서 곧바로 배를 돌려 20여㎞를 달렸다.
그는 "10t 정도 돼 보이는 목선이었는데 난민으로 보이는 수백 명이 타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출퇴근 시간 서울 지하철 객차를 떠올릴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이들은 내전과 폭력을 피해 소형 목선을 타고 바다로 나온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 난민들이었다.
조 선장은 "배가 침몰 중이라는 말을 듣고 외면할 수 없었다. 무조건 사람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회사에서도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들이 타고 있는 목선에 배를 부두에 고정할 때 쓰는 굵은 밧줄을 연결하고 나서 배를 목선에 붙였다.
곧바로 사다리를 내려 목선에 타고 있던 난민 387명을 모두 구조했다.
최초 구조요청을 받은 지 5시간여 만이었다.
"구조한 난민들은 배에 오르자 마자 탈진해 쓰러져 버렸다. 철없는 아이들은 갑판 위를 뛰어다니기도 했지만 중환자도 있었고 임신부들도 있었다. 난민 중에 의사가 한 명 있어서 배 의무실에 있는 의약품을 줘 환자들을 치료했다"고 조 선장은 말했다.
조 선장은 난민들을 태우고 항해해 이탈리아 인근 부두에 난민들을 내려줬다.
그는 "구조가 끝나자 난민들에게서 평생 잊지 못할 말을 들었다.
그들은 '후손들에게 목숨을 잃기 직전에 한국 선장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구조됐다는 사실을 꼭 전하겠다. 한국 선장의 인도주의적 정신을 후대에 널리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한국인이자 선장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가슴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조 선장은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해기사로서, 선장으로서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도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인명을 가장 중시하라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구조하러 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9개월간 탔던 페가수스Ⅰ호에서 내렸다.
한국해기사협회는 4일 "한국해기사의 명예를 드높였다"며 조 선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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